이 시기야말로 인간의 영혼을 시험하는 때이다. 여름 군인과 햇빛의 애국자도, 이 위기에는 나라를 섬기는 것을 주저할 것이다. 폭정은 마치 지옥과 같아, 쉽게 무너지지 않는다. 그러나 싸움이 힘들수록, 영광도 클 것이다.-토마스 페인나는 대한민국의 역사교사입니다. 역사란 현재와 과거의 끊임없는 대화라고 배웠습니다. 교실에서 학생들과 과거와 현재에 대해 끊임없이 대화를 하는 이유는 보다 좋은 미래를 만들기 위해서라고 믿었습니다. 그것이 역사교사가 학생들을 만나 열정을 다하는 존재의 이유라고 생각했습니다. 그러나 지금 나는 역사교사로서의 길을 잃고 있습니다. 오늘의 현실이 너무도 부끄럽고 침묵을 강요받는 지금이 너무도 참담하여 존재 이유마저 되묻게 됩니다. 과거가 폐허가 되고, 현재가 무너지는 지금 우리는 무엇으로 미래를 이야기할 수 있을까요?   나는 대한민국의 역사교사입니다. 나는 우리 민족의 독립을 위해 온 생을 바치신 독립운동가에 대해 대화합니다.나는 대한민국을 지키기 위해 목숨을 바친 참전용사에 대해 대화합니다.나는 대한민국의 성장을 위해 고된 노동을 이겨낸 노동자에 대해 대화합니다.나는 대한민국의 민주화를 위해 젊은 생을 내어놓은 젊은이들에 대해 대화합니다.나는 대한민국이 무엇 하나 쉽게 이룬 것이 없었음에 대해 대화합니다.나는 거리로 나와 역사의 퇴행을 막아낸 시민의 용기에 대해 대화합니다.나는 좀 더 공평하고 평화로운 세상이 되어가도록 함께 연대하자고 대화합니다. 그러나 역사의 아픔을 치유하기 위해 진실을 찾고 정의를 회복하며 쌓아온 우리 공동체의 피나는 노력이 정권의 부박한 정치적 거래와 기억의 조작으로 한순간 폐허가 돼버린 ‘과거’와, 봇물 터지듯 무너지는 ‘현실’ 앞에서 나와 학생들의 대화는 힘을 잃습니다.상식이 무너지고 신뢰가 무너지고 경제가 무너지고 일상이 무너지고 평화가 무너지고 역사가 무너져 우리의 길도 무너집니다. 아이들 앞에 서서 더 좋은 미래를 위해 현재와 과거를 이야기하자는 것이 공허한 메아리가 되고, 박절한 몸짓이 되는 지금 역사 교사인 나는 무엇을 위해 존재해야 할까요? 그리고 지금 영혼을 시험하는 이 위기에 그러함에도 침묵해야 할까요? 교사는 교실에서 세상을 학생과 함께 대화하는 존재입니다. 교사는 교실에서 세상을 학생과 함께 대화하는 사람입니다. 역사 교사는 좀 더 나은 세상이 되도록 애써온 인간의 역사를 이야기하는 사람입니다. 그러하기에 더 이상 역사의 퇴행을 보며 무기력하게 침묵 속에 무너져 내릴 수만은 없습니다. 가장 탁월한 민주주의자였던 토마스 페인의 이야기처럼 인간의 영혼을 시험하는 때가 되면, 가장 중립적이어야 했던 여름의 군인과 햇빛의 애국자도 그러한 위기에는 나라를 섬기는 것을 주저했습니다. 폭정이 마치 지옥처럼 이어지고, 과거는 폐허가 되고, 현재는 방향 없이 무너질 때 그래서 미래는 완전한 절망 그 이상을 기대할 수 없을 때, 비로소 인간의 영혼을 시험하는 것이 분명해질 때 그러함에도 교사는 침묵해야 할까요? 그 답은 분명해 보입니다.   글쓴이|이재호현직 중고등학교 역사교사로 재직 중 철학, 미학, 역사, 교육학 등에 관심이 많으며, 이를 공부하면서 많은 사람들과 나누기를 즐겨한다.
주메뉴 바로가기 본문 바로가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