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처에서 용맹한 무리들이 들고일어나희망은 모든 이들의 무기가 된다.사람들은 저마다 왕관을 쓴 고문자의 피로써자신들의 부끄러움을 씻어 내고자 서두른다.나는 번뜩이는 칼날을 도처에서 목격하노니갖가지 모습을 한 죽음이자랑스러운 머리 위로 날아다니는구나.기뻐하라, 족쇄를 찬 민중이여자연의 복수의 법은왕을 단두대로 보내리라!- 라디시체프, 자유예카테리나 여제의 통치에 대한 기대가 환멸로 바뀐 시기 러시아 최초의 인텔리겐차라 불린 라디시체프의 `자유`라는 시다. 계몽에 무지하고 오로지 권력욕에 충만한 여제가 의지가 아닌 자기도취의 패션으로 시행한 맹목뿐인 개혁은 소수의 귀족을 제외한 모두에게 참담한 반동으로 귀결되었다. 여제 소피아(황제 즉위 전 예카테리나의 이름)의 권력의지와 명민함에, 그녀의 과도하게 미화된 연대기에, 새로운 시대의 도도한 접근에 설레어 한 섣부른 기대감에 맡겨선 안될 그러나 맡긴 개혁은 실패했고, 농민의 삶은 그 결과 처참했다. 그것은 우리 시대 불안하기 짝이 없는 섣부른 ‘개혁’을 인물과 과정에서 지독할 정도로 유사하게 은유한다.
라디시체프가 소피아에게 기대했던 러시아는 예카테리나에게서 실종되었고, 라디시예프는 의지 없는 자의 개혁이 얼마나 반동적인가를 여행을 통해 목도했다.
그리고 이러한 세계에 자유를 위해 왕을 단두대에 보내리라는 민중의 아픔과 의지를 시로 표현했다. 동시에 그는 예카테리나의 개혁을 이처럼 탄식했다. `계몽 군주가 천명하던 이성과 법에 의한 통치란 어리석은 자기기만이자 민중에 대한 악질적인 속임수에 지나지 않았다. 볼테르조차 감동시킨 러시아 제국의 이면에는 그 어떤 이성이나 법도 지켜지지 않는 맹목만이 버티고 있었다.‘ - 라디시체프개혁이라는 시대의 요구를 품고 권력을 장악한 여제, 그러나 개혁의 의지 없이 권력에만 탐욕한 여제, 그리고 그녀를 보좌한 선의의 지식인과 혹은 탐욕스러운 졸개들. 선의의 지식인은 라디시체프처럼 버려지거나 혹은 떠나갔고, 졸개들만이 잘 사는 참혹한 나라가 되었다. 개혁은 역사에 그녀를 계몽군주로 그럴싸하게 기록했지만, 참혹한 현실은 오랜 참혹을 러시아에 있게 했다.라디시체프는 예카테리나를 비판하는 그의 글에서 명백히 선언한다.시대정신과 개혁의 본질이 무엇인지에 무지하며 또한 체질적으로 변화를 원하지 않는 자에게 시대적 여망을 맡기는 것은 큰 잘못이다. 그녀는 개혁이라는 미명하에 시대의 요구를 굴절시키고, 독재자와 졸개들이 편한 세상을 만들었으며, 개혁의 기회를 반동의 사슬로 묶어 참혹의 시대를 연장할 뿐이다. 까닭에 그녀에게 개혁을 맡기지 말아야 했다. 차라리 좀 더 기다리거나, 목숨을 걸고 왕을 단두대에 세워야 했으리라.개혁이 필요한 시대에 개혁을 원하지 않는 자들이 칼을 쥔 상황에 라디시체프의 글은 시사하는 바가 큰 것 같다.역사가 그녀를 계몽 군주라 기술했듯, 우리의 통치자 역시 누구도 하지 못한 개혁을 이루어 낸 존재로 역사에 기록될 욕망에 가득 차 있어 보인다. 그러나 개혁에 대한 참된 의지가 아닌 욕망으로 가득 찬 의지 없는 고집과 맹목의 개혁이 역사에서 초래한 비극은 많은 것을 은유한다.기억하자 그 유사함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