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상했듯이 패(牌)를 먼저 꺼낸 쪽은 포스코홀딩스 장인화 회장이었다. 솔직히 장 회장은 패를 갖고 더 이상 지체할 수도 없었다. 올해 3월 21일 신임 회장에 취임했으니 벌써 7개월을 넘기고 있다. 장 회장의 패는 다음 보도로 알 수 있다.  지난 17일 오후. 중앙의 한 언론 매체가 ‘단독 보도’라며 다음과 같은 제목으로 기사를 내보냈다. “포스코홀딩스, 수도권에 글로벌 ‘R&D 거점’ 만든다-‘미래기술연구원 분원’을 ‘글로벌센터’로” 였다. 기사의 핵심은 포스코가 최정우 전 회장 때 추진하다 장 회장 취임과 함께 중단했던 ‘성남 위례지구 미래기술연구원 분원’을 이름을 바꿔 ‘포스코 글로벌센터’로 다시 추진한다는 것. 위 보도는 사실일 가능성이 높다. 왜냐하면 포스코가 며칠이 지난 지금까지 이에 대해 별다른 말을 하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보도가 사실과 다르다면 포스코 특성상 홍보팀이 즉각 해명 보도자료를 내놓았을 것이 분명하다. 보도 이틀 뒤 신상진 성남시장의 발언 역시 이 보도가 사실임을 뒷받침하고 있다.   신 시장은 지난 19일 저녁 성남 위례 중앙광장에서 열린 ‘제5회 위례문화축제’에 참석해 “포스코홀딩스가 들어서면 상업지역이 더욱 활성화되고, 주민들의 생활 수준도 향상 될 것”이라고 말했다. 전임 최정우 회장은 지난 2022년 1월 임시주총에서 포항시민들 몰래 포스코를 지주사인 ‘포스코홀딩스’ 체제로의 전환을 결정했다. 시민들은 포스코 포항 본사는 포스코홀딩스의 계열사로 전락하는 등 포항은 빈껍데기만 남게 된다며 크게 반발했다. 곧바로 시민들은 ‘최정우 퇴출! 포스코 지주사 본사·미래기술연구원 본원 포항 이전 범시민대책위원회’(범대위)를 조직했다. 이후 최정우 회장 퇴출과 함께 포스코 지주사 본사와 미래기술연구원 본원 포항 이전을 위해 2년간 대규모 상경 시위 등 끈질긴 투쟁을 해오고 있다. 이름만 ‘글로벌센터’로 바꾼 ‘미래기술연구원(미래연)’은 포항시민들에게는 매우 중요한 문제이다. 2조5천억원이 투입되는 미래기술연구원은 이차전지소재(배터리), 인공지능(AI), 수소연료전지, 바이오 등 최첨단 기술개발을 위한 대규모 연구단지이다. 포항시민들은 포항의 미래를 위해 미래기술연구원을 성남시에 빼길 수 없다는 것이다. 미래기술연구원(글로벌센터)이 포항에 반드시 구축돼야 한국 최고 수준의 기반위에서 포항시가 역점적으로 추진하고 있는 이차 전지 및 바이오 특구, 포스텍과 포스텍 의과학 대학 설립, 포항산업과학연구원(RIST), 방사광가속기 등과 융·복합해 포항의 미래 청사진을 제대로 그릴 수 있다는 것이다. 포항시민들이 3년 가까이 끈질기게 투쟁해 오고 있는 이유다. 2022년 1월 포스코홀딩스 체제 전환 발표 이후 포항시민들의 저항이 예상외로 크자 당시 최정우 회장은 급히 포스코 김학동 부회장과 전중선 사장을 포항시장실로 보내 합의서를 작성케했다. 내용은 “첫째, 지주사 소재지를 2023년 3월까지 포항으로 이전. 둘째, 미래연 본원을 포항에 설치하는 등 포항 중심 운영 체계 구축. 셋째, 지역 상생을 위한 투자사업은 포항시, 포스코, 홀딩스가 TF팀을 구성후 상호 협의해 추진한다” 였다. 포항시민들은 위 3가지 중 포스코가 한가지도 제대로 이행하지 않고 있다고 생각하고 있다. 즉 첫째는 포스코홀딩스가 주소만 옮겼지 실질적인 조직이나 인력을 갖추지 않았고, 둘째도 RIST에 본원 주소만 둔 채 성남 위례지구 중심으로 운영체계를 구축하려 하고 있으며, 셋째 역시 형식적인 TF팀 구성 이후 지난해 말부터는 협의마저 중단하고 있는 것은 명백한 약속 위반이라는 것이다. 위 언론 보도 이후 기존 범대위가 명칭 등 조직을 재정비 한 후 장인화 퇴진 등 대규모 집회를 준비한다는 후문이다. 장인화 회장은 시민과의 합의서 약속을 지키는 것이 포항과 포스코가 상생하는 길임을 잊어서는 안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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