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POSTECH(포항공과대학교) 화학과 장영태 교수, POSTECH 기초과학연구원 이순혁 박사 연구팀이 가장 단순한 탄소 분자인 포름알데히드를 사용하여 기존보다 저렴하고 효율적으로 유기형광분자를 합성하는 데 성공했다. 이번 연구는 그 우수성을 인정받아 종합화학 분야의 세계적 권위 학술지인 ‘앙게반테 케미(Angewandte Chemie International Edition)’에 지난 18일 게재됐다.
유기형광분자는 특정 파장의 빛을 흡수해 형광을 내는 물질로 암세포 추적이나 유전자 분석 등 의료 진단 및 생체 이미징 분야에서 광범위하게 사용되고 있다. 그러나 대표적인 유기형광분자인 트리메틴시아닌(trimethine cyanine, 이하 Cy3)을 합성하기 위해서는 분자량이 크고 매우 복잡한 화합물이 필요해 많은 부산물이 생성되고, 원자 효율성(atom efficiency)*이 낮아지는 문제가 발생했다.
*원자 효율성(atom efficiency): 출발 물질들의 전부 또는 대부분이 폐기물 혹은 부산물 대신 원하는 생성물로 전환되는 효율을 말한다. 이러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연구팀은 포름알데히드(HCHO)에 주목했다. 하나의 탄소(C) 원자와 두 개의 수소 원자(H), 그리고 하나의 산소(O) 원자로 구성된 이 분자는 생체 내에서 단백질이나 DNA와 반응해 독성을 나타낼 수 있지만, 유기 합성 연구에서는 새로운 탄소-탄소 결합을 만드는 유용한 도구로 사용된다.
연구팀은 Cy3 합성의 핵심적인 단계인 분자 사슬에 탄소를 추가하는 과정에서 기존의 복잡한 화합물 대신 포름알데히드를 사용했다. 결과적으로 이 과정에 필요한 분자의 크기를 대폭 감소시켜 원자 효율성을 극대화했다. 또한, 연구팀은 여러 단계를 거쳐야 했던 비대칭 Cy3 합성을 원팟 반응(one-pot reaction)*을 통해 부가적인 단계들을 생략하여 합성 효율성을 높이는 데 성공했다.
*원팟 반응(one-pot reaction): 원하는 생성물을 합성하기 위해 여러 단계의 합성과정들이 하나의 반응기에서 이루어지는 반응이다. 중간체 정제와 같은 부가적인 작업을 생략하여 반응의 효율성을 높이는 특징이 있다. 또한, 연구팀은 생체 내에서도 일정량의 포름알데히드가 대사 과정 중 자연적으로 생성된다는 점에 착안하여, 이 기술이 세포나 조직에서도 적용될 수 있는지를 실험했다. 쥐의 소장 조직을 분석한 결과, 염증 유도군에서는 염증으로 인해 Cy3 합성에 필요한 포름알데히드의 양이 상대적으로 적어 형광 신호가 정상군에 비해 약하게 나타났다. 이 결과는 연구팀의 방법이 시험관 합성에 그치지 않고, 생체 내 합성에도 활용될 수 있음을 보여준다. 연구를 주도한 장영태 교수는 “포름알데히드를 활용해 Cy3 분자를 합성한 최초의 사례”며, “이 합성법은 비용 절감 효과와 높은 원자 효율성을 지닐 뿐만 아니라 생체 내에서도 활용할 수 있어 생명과학 연구와 진단 분야에서 유기형광분자의 활용 범주를 넓힐 것으로 기대된다”라는 말을 전했다. 한편, 이 연구는 과학기술정보통신부와 글로컬대학 30 프로젝트의 지원으로 수행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