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 종종 물건이나 아이디어로 넘쳐날 때, 진정한 아름다움과 의미를 놓치며, ‘비움’을 통해 새로운 가능성을 발견하기도 한다. 최근 POSTECH(포항공과대학교) 연구팀이 이처럼 비움의 미학을 활용해 ‘산소의 빈자리’를 만들어 그린 암모니아 생산 공정의 효율을 극대화했다. POSTECH 화학공학과 · 친환경소재대학원 김원배 교수, 통합과정 맹준범 씨 연구팀이 산소 빈자리 조절과 이종 원소 도핑을 통해 그린 암모니아 생산 효율을 높이는 촉매를 개발했다. 이번 연구는 그 우수성을 인정받아 나노 공학 분야 국제 학술지 ‘스몰(Small)’의 표지(front cover) 논문으로 지난 12일 게재됐다.
청정에너지인 수소는 반응성이 매우 커 수소를 안전하고 효율적으로 저장하고, 운반할 방법이 필요하다. 하나의 질소에 세 개의 수소가 결합한 암모니아(NH₃)는 수소보다 안정성이 높고, 수소 밀도가 높아 수소의 저장 및 운반 매개체로 최근 떠오르고 있다. 암모니아를 생산하는 기존 공정은 많은 양의 에너지를 소모하고, 온실가스를 배출한다는 문제점이 있어 질산과 질산염을 이용한 친환경 기술이 대안으로 주목받고 있지만 질산염 환원 반응(이하 NO₃RR)과 함께 발생하는 수소 환원 반응(이하 HER)으로 인해 그린 암모니아 생산 효율이 떨어졌다.
이러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김원배 교수팀은 먼저 아르곤(Ar) 플라즈마 처리를 통해 구리 산화물(CuOx) 촉매의 산소를 일부러 제거해 ‘산소 빈자리’를 만들었다. 촉매를 구성하는 산소 음이온(O2-) 하나가 사라지면, 촉매 표면에는 전기적 중성을 맞추기 위해 반응에 참여할 수 있는 자유전자가 풍부해질 뿐만 아니라 촉매 활성 부위가 넓어져 더 많은 반응 물질이 촉매와 접촉할 수 있게 된다.
또, 연구팀은 질소(N)와 셀레늄(Se)으로 도핑된 탄소 지지체를 사용했다. 질소와 셀레늄은 질산염 이온의 N-O 결합을 약하게 만들어 질산염 이온이 훨씬 더 쉽게 촉매 표면에 흡착하도록 도와 HER보다 NO3RR을 촉진했다. 실험 결과, 연구팀이 개발한 촉매는 NO3RR에서 87.2%의 높은 전류 효율과 7.9mg/cm²/h의 암모니아 생산량을 기록했다.
이번 연구를 이끈 POSTECH 김원배 교수는 “기존 기술의 한계를 극복하고 그린 암모니아를 선택적 · 효율적으로 생산할 수 있는 혁신적인 촉매를 개발했다”라며 연구의 의의를 전했다. 한편, 이 연구는 한국연구재단과 과학기술정보통신부의 그린 암모니아 사이클링 선도연구센터(ERC), 중견연구자 지원산업, 산업통상자원부 수소인력양성 사업의 지원으로 수행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