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간호인력 처우개선 및 전문성 강화를 위한 간호법 제정`은 과거 윤석열 대선 후보 당시 공약이었으나, 당선된 후에는 공약이 아니었다며 철회한 후, 심지어 지난해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이 발의한 간호법에 거부권까지 행사하여 무산시킨 바 있다.
그러던 중 올해 초 총선을 앞두고 국민의힘당(이하 `국힘당`)이 간호법을 재발의했고, 어제는 한덕수 총리가 야당인 민주당을 향해 간호법의 조속한 처리를 요구하자, 일각에서는 지난해 간호법을 거부하여 지연시킨 윤석열 대통령 본인과 국힘당이 국정을 자가당착과 모순으로 일관한다며 비판과 함께 다시금 논란이 일고 있다. 윤석열 정부, 대체 왜 이러는 것일까?
간호법은 지난 제20대 대선 당시 이재명과 윤석열 후보 모두의 공통 공약이었다. 2022년 1월 대한간호협회(이하 `간호협회`)와의 간담회 자리에서 국힘당의 윤석열 후보와 원희룡 정책본부장은 조속한 입법을 약속했다. 그러나 윤석열의 대통령 당선 직후 인수위원회가 발표한 국정과제에서 간호법 제정은 공약에서 빠져 버렸다. 대통령실과 국힘당은 간호법 제정을 정식 공약집에 담지 않았기 때문에 공약이 아니었다고 주장했다.
2023년 4월 민주당은 단독으로 간호법을 본회의에 상정했고 가결되었지만, 윤석열 대통령이 즉각 거부권을 행사함으로써 결국 제정은 무산됐다. 여당인 국힘당과 윤석열 대통령은 민주당이 발의한 간호법이 의사, 간호사, 간호조무사 등 의료인 직역간 갈등을 불러 일으키고, 간호업무가 탈 의료기관화 될 수 있는 우려가 있다며 거부의 이유를 밝혔다.
그러나 민주당 및 간호협회는 업무범위가 기존 의료법과 같기 때문에 직역간 침해는 없으며, 법안 상 `의사의 지도하에 진료 보조`를 하도록 명시되어 있기 때문에 간호사가 단독으로 개원하는 등의 탈 의료기관화는 불가능하다며 "국힘당과 보건복지부가 허위사실을 나열해가며 거부권을 행사"했다면서 강하게 반발 성명을 발표했다.
그러던 중 2024년 3월 제22대 국회의원 선거를 앞두고 간호법 제정에 반대했던 국힘당이 갑자기 간호법을 재발의했다. 윤석열 정부와 여당은 자신들의 수정안은 "PA 간호사(Physician Assistant)" 관련 내용이 추가되었다면서 민주당의 법안과는 다르다고 밝혔다.
이에 대해 민주당은 `PA 진료지원 간호사`가 정확이 무엇이며 어떠한 업무를 할 수 있다는 것인지 구체화하지도 않은 채, 그것을 시행규칙으로 모호하게 발의하는 것은 정부가 하고 싶은대로, 마음대로 하겠다는 의미라며, 오히려 PA 간호사의 직업 안정성과 법적 안정성을 담보할 수 없게 될 것이라고 지적했다.
야당 뿐만 아니라 간호계와 대한의사협회(이하 `의협`)에서도 국힘당 수정안에 대한 반대가 이어졌다. 간호계는 일단 재상정 자체에는 환영의 뜻을 밝히면서도 PA 간호사의 자격과 업무범위를 명확히 하고 관리감독 체계를 강화하지 않는다면 현장의 혼선이 발생할 것이라며 우려를 제기했다.
의협은 이번 간호법 수정안이 간호사가 의사 업무를 대신할 수 있게 해 환자 안전을 위협하는 법이라며 강력히 반발했다. 아울러 이러한 상황에서 어제 열린 고위당정협의회에서 윤석열 정부의 한덕수 총리가 간호법이 이번 회기 중에 꼭 통과시켜 달라고 당부한 것은, 지난 2월 윤석열 정부에 의해 촉발되어 반년간 지속되고 있는 의대 증권 관련 의료대란, 의료공백 문제를 추석 명절을 앞두고 일시적으로 덮으려는 시도에 불과하다는 지적도 제기됐다. 윤석열 대통령이 지난 거부권 행사 당시 사유로 밝혔던 `의료인 직역 간 갈등`이 정작 여당인 국힘당의 수정안으로 인해 더욱 심화되고 있는 셈이다.
서울 성북구에 거주하는 40대 직장인 이경덕씨는 "국민 건강과 생명을 지켜야할 윤석열 대통령이 촉발한 의료대란으로 인해 지금 아프고 다친 국민들은 진료 가능한 병원을 찾아 헤매느라 고통 받고 있다"고 지적하는 한편 "과거 여당이 지적했던 `의료인 직역 간 갈등`을 불러일으키는 자는 반복해서 약속을 어기고 상황을 심화시키고 있는 윤대통령과 국힘당 본인이 아닌가"라며 꼬집어 비판했다.
민주당은 의료대란 때문에 급하게 정부가 간호법을 통과시키려고 한다고 주장하면서 `야당이 논의를 거부하고 있다`는 프레임을 씌우는 것에 큰 불쾌감을 드러내며 윤석열 대통령의 우선적인 사과를 촉구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