군대도 안 가본 위정자가 전쟁을 말하고, 서민 맞벌이 부부로서 출산을 해보지 않은 사람이 출산과 무통분만의 가격을 결정짓고, 생계형 알바를 해본 적 없는 금수저 출신이 최저시급을 협상하고, 친일 논란 후손으로서 일본과의 화해를 권하고, 의료대기를 해보지 않은 업계 당사자들이 의사 수가 충분하다 주장하고, 검찰 문과 출신들이 금융정책과 R&D, 이공계의 미래에 대해서 논한다. 바야흐로 대 아마추어의 시대다. 이러한 아마추어리즘은 어디서부터 기인하는가? "언어는 존재의 집이다" 독일의 대 철학자 마르틴 하이데거 후기사상을 대표하는 명제다. 물론 여기서 말하는 `언어`란 `시(詩)적 언어`를 말한다. 자본주의 사회에서 도구적 존재로 소외(Entfremdung)되어버린 존재자, 즉 사람들에게 정신적, 문화적 언어는 마치 오랜만에 찾은 고향과 같이 편안하고 자기자신의 본래적 모습을 되찾아 줄 수 있는 집과 같은 역할을 해준다는 의미다. 그러나 하이데거의 이 발언은 일반 대중에게는 자뭇 다르게도 인용된다. 사람이 평소에 사용하는 말과 화법이 그 사람의 진정한 모습을 드러내주는 지표가 된다는 것이다. 인간의 인식적 기능에서 사람의 외모만큼이나 언어는 그 사람에 대한 인상과 선입견을 결정짓는데 큰 역할을 한다. 제아무리 미인이라도 말투가 경박하면 좋은 인상을 갖기 어렵다. 외견은 별로라도 품격있는 언어를 사용하면 그 사람에 대한 인식이 달라진다. 바로 언어가 가진 힘이다. 특히 정치인들에게 언어는 가장 큰 힘이자 무기다. 당선되기 전에는 아무것도 할 수 없는 정치인에게, 말이란 자신이 지향하는 비전과 정책을 설득하고 그것을 실제로 이루기 위한 증거로 작용된다. "생명을 구하는데 과잉대응이란 없어... 총력을 다해달라", "가계 통신비 월 13만원... 단통법 신속히 폐지하겠다" 야당대표 이재명은 대통령이 했어야할 언어를 말한다. "윤석열 대통령 남은 임기 3년은 너무 길다", "(김건희 디올백 종결에) 권익위가 여사권익위 됐다" 군소정당의 대표 조국은 마치 제1야당대표가 할 법한 발언을 이어간다. 반면 윤석열 대통령은 마치 술꾼, 유흥주점 접대부, 사이비 무당의 언어를 섞어서 말하는 듯이 느껴진다. 마치 여럿에 빙의된 사람 같다.  "안전을 중시하는 관료적인 사고는 버려야 한다... 지금 여기 원전업계는 전쟁터다" "유사 업체에 대한 안전점검과 재발방지 대책 수립에 만전을 기하라"   윤석열 대통령이라는 동일 인물에게서 나온 말이다. 윤석열 정부는 위 두 가지 발언 사이에 2024년 안전관련 예산을 모두 크게 축소하거나 전액 삭감한 바 있다. 지난 4월 MBC 100분 토론에 논객으로 등장한 유시민 작가가 윤석열 대통령에 대해 "지금의 문제는 대통령이 무슨 생각을 하고 있는지 모르겠다는 것"이라 논평한 적이 있다. 그럴 수 밖에 없다. 윤 대통령의 입에서는 세 명이나 되는 언어가 섞여서 나오는 듯 하기 때문이다. 마치 여러 인격이 있는 듯이 발언하는 한 명의 사람이 대체 무슨 생각을 하고 있는지 알아내기란 어려운 일이다.   "대통령 처음 해보는 거기 때문에", "RE100이 뭐냐", "EU 택소노미 들어본 적 없어", "몇년 뒤 구인구직 앱 나올 것``, "집은 생필품이라 세금은 적절하지 않아"  무지한 지식에 대해 확정적으로 표현하는 것은 흔히 범인(凡人)들이 술자리에서 자조적으로 하거나 술기운에 우기면서 나오곤 하지만, 어떠한 국가 지도자가 쉬이 여러 차례 발언하는 모습은 드물다. "없는 사람은 부정식품이라도 먹어야 한다", “가난하고 못 배운 사람, 자유가 뭔지 몰라", "청년들은 똑똑한데 기성세대는 머리도 별로 좋지 않다", "노동자 사망은 노동자 탓", "한국 청년들 중국 싫어하고 중국 청년도 한국 싫어한다", "내셔널 메모리얼 파크라고 하면 멋있는데 국립추모공원이라고 하면 멋이 없다"  국민들을 대상으로 경제 계층간, 세대간, 고용관계, 국적 간 혐오나 갈라치기를 조장하는 것은 내밀한 관계의 지인들과 술자리에서나 조심히 드러낼만한 화제이지, 어떠한 국가 지도자가 공식석상에서 수차례 반복해서 발언하기란 지지율이나 국제 외교적 측면에서 쉽지 않다. "국회에서 이 새끼들이 승인 안 해주면 바이든은 쪽팔려서 어떡하나(혹은 `안 해주고 날리면 쪽팔려서 어떡하나`)", "이재명 정말 같잖다", "이재명은 중범죄자"  자신과 반대성향의 정치세력이나 외국 정치권에 대한 거친 발언 역시 마찬가지다. 이런 발언은 술자리에서 조차도 싸움의 빌미가 되어 종교 문제만큼이나 민감한 이슈다. 술이 많이 취했을 때 실수로 나올만한 `술꾼의 언어`로 보여진다. "곽상도 구속은 상상하기 어려운 편파수사에 의한 것", "김혜경, 김건희와 똑같은 수준으로 엄정 조사해야", “장모는 10원 한 장 남에게 피해 준 적이 없다”  마치 유흥주점에서 불법적인 접대부가 친하고 힘있는 권력자에게, 자신의 지인이 어려움에 처해있는데 그 일 좀 잘 해결해달라고 부탁했을 때나 나올 수 있을 법한 발언들이다. 곽상도 전 국민의힘 의원을 비롯한 권순일, 박영수, 김수남, 최재경 등 대장동 50억 클립 관련자 모두 박근혜 전 대통령 시절 임명된 인사들이므로 국힘당 윤석열 대통령의 입장에서, 더욱이 정치적 중립을 표방해야 하는 공무원 최고 수장인 대통령의 입장에서 편파수사라고 단정짓기는 어렵기 때문이다.    김혜경 여사와 김건희 여사에 대한 조사 수준에 대한 문제 또한, 김혜경 여사 문제는 신고 접수 한달만에 검찰로 넘겼던 권익위가 김건희 여사의 디올백에 대해서는 문제 없음으로 종결처리를 했다. 김혜경 여사에 대해서는 법인카드 총 의혹 130만원 가량의 사용에 대해 100차레가 넘는 압수수색이 이뤄졌지만, 김건희 여사의 주가조작 총 의혹 23억원 가량의 부당이득에 대해서는 아직까지도 조사만 진행되고 있을 뿐이다. 심지어 정치적 중립을 표방해야 하는 윤석열 대통령은 여전히 거부권을 행사하며 특검을 가로 막고 있다. 윤석열의 장모이자 김건희의 모친인 최은순의 경우 347억원에 달하는 잔고증명 위조로 구속된 바 있다. 10원 한 장 남에게 피해준 적 없다던 윤석열 대통령의 발언이 편파적으로 보여질 수 있는 부분이다.  “포항 영일만에 140억배럴에 달하는 막대한 석유·가스 매장 가능성이 있다.”  마치 사이비 무당의 화법과 유사하다. `확실한 근거는 없지만, 그럴 수 있으니 희망을 가져라`는 화법은 점괘을 보러 갔을 때 사이비 무당들이 흔히 하는 표현이다. 반면 소위 신통력이 높은 무속인들은 어차피 근거를 설명할 수 없으니, 보다 확신을 담아 발언하거나 즉각적인 해결책을 제공하곤 한다. 최소한 대통령의 언어는 아니다. 가능성의 영역에서는 흔히 실무 관계자나 관계부처가 나서서 언급하는 것이 일반적이다. 그 마저도 드물다. 박정희 정권 당시 실패 사례가 있기 때문이다. 대통령이란 그 모든 가능성에 대한 검증이 완료된 이후에야 비로소 결과를 국민들에게 전해야 한다.   "일본의 사과를 반드시 이끌어내고 할머니들이 마음의 상처를 받았던 것들을 다 해드리겠다."  위안부 피해자 이용수 할머니를 만났을 때 윤석열 대통령의 말이다.  "나는 100년 전에 일어난 일 때문에 어떤 일이 절대 불가능하다거나 100년 전 우리 역사 때문에 그들(일본인)이 (용서를 구하며) 무릎을 꿇어야 한다는 생각을 받아들일 수 없다."  역시 동일 인물인 윤석열 대통령이 워싱턴 포스트와의 인터뷰에서 직접 한 발언이다. “좋지 않은 성적표와 국제 경제위기 상황에서 우리 정권이 출범했지만 국제 상황에 대한 핑계, 전 정권에서 물려받았다는 핑계가 이제 더 이상은 국민에게 통하지 않는다”  2022년 국민의힘당 연찬회에서 윤석열 대통령의 말이다.  “지난 수년간 우리 군의 대비태세와 훈련이 대단히 부족했음을 보여주고 더 강도 높은 대비태세와 훈련이 필요하다는 것을 여실히 확인해 준 사건이다”  이로부터 4개월 뒤 같은 인물인 윤석열 대통령의 발언이다. 이후부터 전 정권을 탓하는 발언이 계속 이어진다. 69시간 근무제, 선제타격, 당무개입 등 윤석열 대통령의 이러한 유체이탈 방식, 자기부정의 발언들은 찾아보면 숱하게 많다. 모두 자기가 한 발언과 정책을 스스로 뒤집는다. 다른 인격에 빙의되지 않고서야 이런 현상을 쉽게 설명하기 힘들다. 무릇 대통령의 발언은 주변 참모들과 관계부처들과의 긴밀한 논의와 고민 끝에 정확하고 최종적인 `마침표`로서 국민들에게 전해지기 마련이다. 한국의 지난 과거 대부분의 대통령들이 그래왔고, 전 세계 위정자들에게도 역시 이러한 역할은 일종의 `정치학`이나 `제왕학`의 기본이다. 국민들에게 불안감과 혼란을 주지 않도록 일국의 지도자로서 신중하고 정제된 발언은 너무나 당연한 처신이기 때문이다.  어떠한 정치인이든 그가 가진 전문적이고 공정한 면모는 그가 사용하는 언어에서 드러난다. 특히 일국의 대통령으로서의 정치인이 이러한 전쟁과 글로벌 인플레이션의 시대에 모순적이고 자기부정적인 발언을 계속 해나가는 것은, 국민들에게 마치 아마추어가 국정 운영을 하는 듯한 깊은 불안감을 주게 될 것이다. 이런 상황에서는 어느 누구도 대통령의 말을 일관성 있게 해석하거나 믿기가 어렵다. 윤석열 대통령의 진정한 적(敵)은 과연 누구인가? 증명의 시간은 이제 3년이 채 남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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