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EU(유럽연합)가 ESG 기업공시 및 공급망 실사를 개시하며 본격적인 5차 산업혁명이 시작되었다. 아직까지 AI, 빅데이터, 로봇, IoT 등 4차 산업혁명의 과제도 미처 완료하지 못한 일선 기업들에게는 발등에 불이 떨어졌다. 그러나 스마트공장, 스마트공방, 스마트HACCP 등 지난 정부에서 추진했던 4차 산업혁명 과제, 즉 디지털전환(DX)을 통해 기업의 빅데이터를 성실히 수집해온 기업들에게 2024년 생성형AI의 본격적인 상용화는 호랑이에게 날개를 달아준 격이 되었다. 기업의 현재 상태를 디지털화된 데이터셋으로 잘 보유하고 있다면 탄소나 원부자재, 에너지 절감 뿐만 아니라, 근로시간 조정부터 원가분석까지 ESG의 모든 과제를 이행하기에 어려움이 없을 뿐만 아니라, 다른 여타의 기업들이 헤매는 동안 다음 시대의 경쟁에서 우위를 점할 수 있는 발판까지 주어졌기 때문이다. 이런 기업들은 마치 스마트폰이 처음 등장했을 때의 카카오, 배달의 민족, 쿠팡과 같은 거대기업으로의 성장기회를 얻은 셈이다. 이제 과연 누가 현재의 변화를 제대로 읽고, 다음 시대의 경제적 패권을 쥐게 될 것인가? 미디어경북에서는 특집기사를 통해 생성형AI와 디지털전환의 경제산업적 현황을 살펴보고, 이미 시작된 ESG와 5차 산업혁명에 어떻게 대비할 수 있을 것인지 로드맵을 제시해보고자 한다.     화장품 회사와 대형마트가 CES에서 기조연설을? CES(International Consumer Electronics Show, 국제 전자제품 박람회)는 매년 초 미국 라스베이거스에서 개최되는 세계 최대 규모의 ICT 융합 전시회다. 글로벌 대기업부터 스타트업까지 최고의 기술력을 보유한 기업들이 저마다 신제품을 처음으로 소개하는 첨단산업의 이정표와 같다. 인공지능, 헬스케어, 스마트폰, 메타버스, 전기차, 로봇, IoT... 우리 주변에서 접할 수 있는 혁신융합 제품들은 모두 이 CES에서 최초로 선보인 뒤 상품화되어 판매로 이어지는 것이 공식이다. 말그대로 최첨단 ICT제품의 ‘런웨이(Runway)’ 같은 곳이라 할 수 있겠다. 그런데 올해 2024년 CES는 자뭇 평소와는 다른 제품과 기업들이 참가하여 눈길을 모았다. 전시회의 개막을 알리는 기조연설기업들만 봐도 알 수 있는데 인텔, 퀄컴, 지멘스와 같이 익히 알려진 ICT기업들은 이상할 것이 없겠으나 전통적인 화장품 회사 로레알, 우리로 치자면 홈플러스, 이마트와 같은 대형마트인 월마트와 베스트바이, 그리고 대한민국 자동차 회사인 HD현대가 기조연설자로 등장한 것은 독특한 풍경이다. ICT기술과는 다소 거리가 있어 보이는 후자의 기업들은 대체 무엇을 소개하고자 세계 최대의 ICT 박람회장을 찾은 것일까?   이들은 모두 지난 몇 년간 앞서 언급된 인공지능, IoT, 빅데이터, 로봇 등과 같은 4차 산업혁명의 대표적인 기술들을 일찍부터 연구하여 전통적인 자사의 제품과 서비스에 융합하여 새로운 미래 기업으로 성공적으로 탈바꿈한 이른바 ‘디지털 전환(DX)’의 장본인들이다.   ‘디지털 전환(Digital Transformation)’, 약칭 DX는 현재 글로벌 대기업부터 중소제조기업, 스타트업에 이르기까지 전세계 산업을 재편하고 있는 4차 산업혁명과 5차 산업혁명 사이를 이어주는 대표적인 가교 역할을 맡고 있다. DX란, 제조업을 중심으로 자동차, 유통, 의료, 바이오, 농업, 목축업, 컨텐츠, 게임 등 현존하는 모든 기업들이 인공지능을 비롯한 클라우드, 사물인터넷, 빅데이터, 센서, 로봇 등 최첨단 ICT기술을 원부자재 입고부터 생산, 품질관리, 배송에 이르기까지 산업 전 과정에 최대한 융합함으로써 기업의 제반 정보를 디지털화하고 자동화하여 운영하는 혁신적 체질변화를 의미한다. 이러한 DX는 4차 산업혁명의 핵심이자 현안과제로서 이미 지난 2011년부터 유럽을 기점으로 전 세계에 수행되었고 10여년이 지난 지금, 생성형AI의 등장과 함께 그 발전상에 가속도가 붙으며 이제 비로소 그 성공적인 산출물들이 쏟아지고 있는 것이다.   4차 산업혁명과 DX는 2012년에는 미국, 2013년에는 일본 등 선진국들부터 순차적으로 개시되기 시작했는데 당시 이명박 정권 시절의 대한민국은 시기를 놓쳐 조기에 시작되지 못했고, 이후 박근혜 정권 시절에도 대기업들의 요구에 2015년도 전후에야 겨우 본격적인 시작을 하게 되었다. 스마트팩토리, 스마트공방, 스마트HACCP 등으로 익히 알려진 정부지원사업들이 대한민국 4차 산업혁명의 대표적인 국채과제였는데 뒤늦은 시작에 많은 기업들이 당황했으나, 문재인 정부 시절에 와서 관련 예산이 대폭 상향되고 2022년 기준 전국 스마트공장은 3만여곳까지 보급되며 초기 목표를 조기 달성할 수 있었다. 안타깝게도 현재는 윤석열 정권이 들어서며 관련 예산이 반토막 나 그 성장동력이 주춤해진 상황이긴 하지만 조기에 정책의 수혜를 입은 일선 기업들의 경우 평균 생산성이 28.5%, 품질개선 42.5%, 납기 준수율 16.4% 등이 상승하고, 원가절감은 15.5%에 달하는 등 성과와 저력은 충분히 확인할 수 있었다.   어떠한 ‘기술’이 충분한 ‘개발’과 ‘검증’을 거쳐 일반 소비자들이 구입할 수 있는 ‘상품’으로 보급되기까지의 과정을 ‘사업화’라고 한다. 지난 기사에서도 살펴봤듯이 저녁 뉴스에서나 잠시 접하며 우리의 일상생활과는 동떨어져만 보였던 생성형AI 등 최첨단 ICT 기술들이 이미 사업화가 완료되어 지난 10년간 제조업계를 중심으로 우리 삶의 전반에 걸쳐 스며들어 와 있다. 기업들의 적극적인 생존고민의 결과다. 국내외 글로벌 대기업부터 혁신창업 중소기업에 이르기까지 그들의 ‘디지털전환(DX)’은 어디까지 왔으며, 또 무엇을 향해 달려가고 있는지 살펴보자. 자동차 제조사는 생성형AI와 LLM을 홍보하고, 소프트웨어 기업은 자동차를 홍보하는 기막힌 진풍경 HD현대는 이제 스스로를 ‘자동차 제조사’가 아니라고 천명한다. 디지털전환을 성공적으로 수행하여 가깝게는 SDV(Software Defined Vehicle), 즉 자동차가 아니라 소프트웨어가 정의하는 ‘모든 운송수단’을 만드는 회사가 될 것이고, 중기적으로는 그러한 소프트웨어 자체를 개발하는 ICT기업이 될 것이며, 장기적으로는 소프트웨어와 하드웨어, 그리고 SOC(Social Overhead Capital, 사회간접자본)가 융합된 ‘스마트 시티’ 기업이 되겠다는 비전을 제시한다. 생성형AI와 전기차가 본격화된 지금, 자동차 제조사들의 ‘자동차’에 대한 정의는 “스마트폰에 모터와 바퀴를 부착한 모든 운송수단”이라 할 수 있다. 내연기관의 우렁찬 토크보다 미래 자율주행이 가능한 소프트웨어 개발이 앞으로의 먹거리를 보장해주기 때문이다. 이제 자동차도 한 번 구입하면 끝인 제품이 아니라 스마트폰과 같이 주기적인 OS 업데이트를 통해 점차적으로 새로운 기능이 추가되는 모습을 상상해볼 수 있겠다. 따라서 더 이상 자동차라는 고정된 개념에 얽매일 필요가 없게 된다. 정원의 테라스도 버튼 한 번 누르면 바로 이동이 가능한 운송수단이 될 수 있고, 반려동물 로봇도 같은 개념으로 개발이 가능하며, 무인 트럭이나 공장 내에서 제품의 운송을 대신하는 이송로봇도 더 넓은 의미의 자동차가 되지 말라는 법이 없다. ‘운송수단’의 개념이 넓어지고 사람이 꼭 그것을 운전한다는 상식이 깨어지게 되면 이제 시야는 SOC로까지 넓어지게 된다. 자동차가 처음 등장했을 때 ‘자동차 전용도로’가 함께 생긴 것과 같이, 인공지능 자율주행차량이 대중화되는 향후 10년 뒤에는 ‘자율주행차 전용도로’가 생겨도 이상하지 않을 것이다. 도로를 비롯한 도심 내 관계시설인 SOC, 그리고 그것의 상위개념이라 할 수 있는 스마트시티가 HD현대 자동차의 미래 비전이 되는 것도 자연스러운 일이다. 상황이 이렇게 되자 이제 자동차나 운송수단이라는 하드웨어를 만드는 일보다, 그것을 움직이는 소프트웨어의 개발이 더 중요한 과제가 됐다. 스마트폰 하드웨어를 만드는 기업보다 그 안에 담기는 운영체제를 만드는 구글이나 애플 같은 회사들이 더 높은 기업가치를 자랑하는 것과 마찬가지로 자동차 기업들의 관심도 자신들에게 부족한 소프트웨어 파워에 더 큰 관심을 갖기 시작했다.   메르세데스 벤츠, 폭스바겐, BMW 등 글로벌 자동차 기업들은 신차보다는 차량에 탑재된 OS, 즉 생성형 인공지능과 거대언어모델을 자랑하기 시작했다. 아마존의 알렉사와 손잡은 BMW, 마이크로소프트의 챗GPT와 손잡은 폭스바겐, 벤츠는 자체 개발한 BM.OS라는 소프트웨어를 탑재하기로 발표했다. 재미있는 사실은 이런 자동차 제조사의 전통 강호들의 모습과는 완전히 대조적인 곳들이 있다는 것이다.   플레이스테이션이라는 게임기를 발매하는 일본의 기업 소니는 자국의 자동차 기업 혼다와 손잡고 아필라(Afeela)라는 자동차를 발표했고, 과거 스마트폰 사업을 운영했었던 한국의 LG는 알파블(alphable)이라는 컨셉카를 공개했다. 이들의 비전은 미래 자율주행차가 대중화되는 시점, 자신들만의 소프트웨어 파워를 살려 더 이상 운전할 필요가 없는 무료한 차량 탑승자에게 게임, 컨텐츠 감상, 업무 수행 등 다양한 경험을 제공해주고자 하는 것이다. 자동차 업계는 인공지능을 자랑하고, 소프트웨어 기업은 자동차를 홍보하는 기막한 디지털융합의 시대가 펼쳐지고 있는 것이며, 그 사이의 교집합은 바로 생성형AI를 비롯한 최신 ICT기술들이다. 디지털전환의 가장 바람직한 우수사례, 로레알 로레알은 1909년 설립되어 100년도 넘게 운영되어 온 독보적인 화장품 업계 1위 기업이다. 현대 화장품의 역사와도 같은 기업이라 할 수 있겠다. 이런 뷰티 산업의 대표주자 역시 디지털전환의 열성적인 참여자이며, 가장 우수한 사례이기도 하다. 로레알이 최근 발표한 두 가지 제품은 모두 인공지능 기술 기반의 첨단 ICT 뷰티 제품이다. ‘페로소’라는 이름의 즉석 화장품 배합 조제 제품은 스킨로션, 립스틱, 파운데이션 세 가지 화장품을 사용자의 그날 피부색상이나 스케쥴, 패션 스타일이나 날씨 등에 맞춰 즉석으로 배합해준다. 만약 오늘 날씨가 건조한데 즐거운 파티가 예정되어 있다면 수분함량을 높여 화사한 색상으로 입고 있는 옷 색상과 오늘의 피부 상태에 맞춰 최적의 상태로 바로 사용할 수 있게 해주는 것이다. 페르소 제품의 가장 큰 강점은 지금 바로 구입하여 사용할 수 있는 상용화 제품이라는 것이며 심지어 고가의 다른 인공지능 기반 최신 제품들과 달리 약 399달러(1년 분량의 화장품 원액 포함), 우리 돈 약 40~50만원 정도로 형성된 저렴한 가격이다. 디지털 전환의 지향점은 단순한 기업의 체질 개선에 그치는 것이 아니라 그것을 일반 대중과 소비자들이 실생활에서 체감할 수 있도록 보급하는 것에까지 미쳐야 한다. 그런 측면에서 로레알의 DX 산출물은 교과서적이라 할 수 있다. 뿐만 아니라 화장이 하고 싶은 장애인이나 거동이 불편한 사람들을 위한 보조기기도 개발했다. ‘합타(HAPTA)’라는 인공지능 기반 메이크업 보조기는 손떨림이나 기력이 부족한 사람도 손쉽게 화장을 할 수 있도록 360도 회전 및 180도 굴절 등의 기능을 가진 도구로써, 인공지능이 사용자가 자주 사용하는 특정 동작을 기억하여 얼굴 부위에 갖다 대기만 해도 알아서 화장하는 동작을 대신 수행해준다. 마스카라, 립스틱과 같은 섬세한 동작이 필요한 메이크업에 큰 도움을 준다.   공정, 분배, 상생은 최신 ICT기술의 경제적 지향점인 웹(Web)3.0의 가치이며, 나아가 인간의 지속가능한 안보와 공존은 ESG라는 5차 산업혁명의 중요한 과제다. 로레알은 디지털 전환이라는 4차 산업혁명의 과제로부터 ESG라는 5차 산업혁명의 과제에 이르기까지 착실한 기업 체질개선을 수행하고 있다. 과거 100년 뿐만 아니라 미래 100년의 산업 패권까지도 놓치지 않겠다는 포부가 엿보인다. 농산업계의 테슬라, 존디어의 비전 “농부를 농업에서 해방시키자!” 논란도 있었지만 지금의 자율주행 전기차의 글로벌 트렌드를 불러 일으킨 장본인이 테슬라의 CEO, 일론 머스크라는 점에 대해서는 큰 이견이 없을 것이다. 농업계에도 그런 존재가 있다. 바로 미국의 자율주행 농업용 트랙터 제조기업 존디어(John Deere)다. 지난 2019년부터 CES에 참가하여 지금까지 매년 전세계의 주목을 받고 있는 존디어는 농기계에 인공지능, 로보틱스, 사물인터넷 등 첨단 ICT 기술을 성공적으로 융합해냈다.   존디어의 트랙터는 각종 비전 센서를 장착하여 인공지능이 사람 대신 토양 상태를 일일이 측정하면서 곡물을 심는 한편, 그 단 한 대의 인공지능 트랙터가 약 200만평의 밭을 0.1초 단위로 자율주행을 하며 24시간 쉬지 않고 경작하는 모습은 더 이상 낯설지 않은 풍경이 되었다. 농부는 그저 스마트폰을 통해 쉬면서 자율주행 트랙터의 작업내용을 잘 감독하면 될 뿐이다. “농업에서 농부를 해방시키자”는 존디어의 비전이 이해되는 측면이다. 존디어 기술의 가장 큰 특징은 바로 이그잭트샷(Exact Shot)과 씨앤스프레이(See & Spray) 기술이다. 먼저 이그잭트샷 기술은 초당 30개의 씨앗을 지면으로 발사하는 장치다. 하루에 3,500만개의 씨앗을 심을 수 있는데, 센서를 통해 씨앗을 발사되기 직전 0.2ml의 비료를 함께 뿌린다. 덕분에 기존 대비 비료 사용량을 평균 60%나 절약할 수 있게 되었다. 비용 절감은 물론 비료 남용에 따른 환경오염도 줄일 수 있게 된 것이다.   씨앤스프레이 기술은 자동 제초제 살포 기술로써, 36개의 카메라로 논밭에서 인간보다 정교하게 잡초만을 찾아 해당 잡초가 죽을 만큼의 정확한 양의 제초제를 살포할 수 있다. 머신비전(Machine Vision) 기술과 정교한 딥러닝 인공지능 기술의 결정체이다. 역시 사람과 비교할 수 없는 농업 생산성 담보는 물론이고 제조체 절약으로 인한 비용과 오염 절감도 가능하다. 존디어 역시 로레알의 디지털 전환 사례와 같이 오랜 시간 4차 산업혁명을 수행하며 성공적으로 미래 기술을 현시점에 상용화하는데 성공했고, 식량 안보와 환경이라는 ESG의 주요 가치를 달성하는데 중요한 역할을 수행하고 있다. 특히 전세계의 대곡창이었던 우크라이나가 러시아와의 전쟁으로 세계 식량공급에 차질이 생겼던 최근 몇 년간 존디어의 기술은 더욱 주목받을 수밖에 없게 되었다. 국내 대기업부터 유니콘 스타트업까지 깊숙이 진행 중인 디지털 전환 디지털 전환 열풍은 한국의 기업들도 그 규모를 막론하고 치열하게 진행 중이다. 삼성전자의 최신 비스포크 냉장고에는 인공지능, 머신비전, 사물인터넷 등 최신 ICT기술들이 총망라하여 탑재됐다. 냉장고에 식재료를 넣으면 비전 카메라가 그 식품들을 일일이 인식하여 유통기한부터 보관방법, 메뉴 레시피 추천까지 제공한다. 적재된 식재료들의 용량과 계절에 따라 인공지능이 자동으로 냉장이나 냉동 수준을 조절하며 전기 또한 절약해준다. 삼성의 인공지능 기술이 비단 갤럭시 스마트폰과 노트북에만 탑재되리라 생각했다면 오산이다. 앞서의 기사에서 살펴본 것과 같이 자동차, TV, 세탁기, 밥솥, 전구 하나에 이르기까지 곧 주변의 모든 사물들에서 인공지능을 만나볼 날이 머지 않았고, 그 중 몇 개는 지금 바로 매장에서 구입을 할 수 있을 만큼 가까이 다가왔다.   숙박 중개 서비스로 알려진 ‘야놀자’ 앱에도 챗GPT의 생성형AI가 탑재되어 있다. 낯선 여행지에서 처음 가보는 숙소를 고를 때 위생이나 청결, 소음 등에 민감한 사용자들은 수백개의 후기를 꼼꼼이 읽어보기 마련이다. 바퀴벌레 한 마리가 매일 등장하지는 않을테니 그 단 하나의 역린과도 같은 후기를 찾아 고르기 위해 몇 시간씩 고민하는 사람도 있을지 모른다. 똑똑한 챗GPT는 그런 고민을 단번에 해결해준다. 숙박업체마다 수백, 수천개의 고객 후기를 실시간으로 분석하여 좋은 평가와 나쁜 평가를 나눠 요약해서 제공해준다. 사람들이 많이 궁금해하는 사항들을 중심으로 간결하게 정리된 후기 덕분에 숙소를 고민하는 시간이 크게 줄게 되었다. 이제 고객들은 결제할 것인지 말 것인지를 고민하지 않는다. 여기를 예약할까, 아니면 다른 곳을 예약할까 고민하면 될 뿐이다. 최신 인공지능 기술이 고객들의 고민 지점을 바꿔준 덕에 기업들은 구매전환율이 크게 늘게 되었다. 제조업 뿐만 아니라 이렇듯 서비스업 역시 디지털 전환의 성과가 드러나기 시작한 것이다.   주문할 메뉴와 식당을 미리 정하고 배달앱에 접속하는 사용자는 고작 16%에 불과하다. 메뉴와 식당을 정하지 않고 무엇을 고를지 고민하기 위해 로그인하는 고객이 84%에 달한다. 치킨, 피자, 족발 등 익숙한 메뉴들 사이에서 고민의 시간이 길어지다 보면, 그새 포기하고 라면을 찾거나 외투를 입고 외식을 위해 밖으로 나가는 사람도 생기기 마련이다. 배달의 민족은 이렇게 자사의 서비스를 이탈하는 고객에 대해 오랫동안 고민했고, 역시 챗GPT를 접목하여 새로운 검색 기능을 준비하고 있다. 현재 해당 서비스의 베타 테스트가 진행되고 있는 서울시 송파구 거주민들은 배달의 민족 앱에서 ‘짜장면’, ‘국밥’과 같이 메뉴명을 굳이 정해서 검색할 필요가 없다. “매운 것을 먹지 못하는 우리 아이와 함께 먹을 치킨”, “비오는 날 땡기는 음식” 등 지금 하고 있는 메뉴 고민을 그대로 입력하기만 하면 똑똑한 인공지능이 사용자의 평소 취향과 후기 등을 분석하여 최적의 메뉴와 식당까지 찾아 추천해준다. 본 서비스는 곧 전국으로 확대될 예정이다.  기업 생존을 위한 디지털 전환(DX)과 인공지능 전환(AX)의 예정된 종착지, ESG와 5차 산업혁명으로 지금까지 살펴 본 국내외 기업들의 디지털 전환, 그리고 인공지능 전환 사례들은 극히 일부에 불과하다. 4차 산업혁명의 대표정책이었던 스마트공장 사업이 제조산업을 중심으로 일반인들에게는 잘 알려지지 않았지만 이미 지난 10년간 많은 성과를 쌓은 것과 같이 생성형 인공지능은 어느새 우리 삶 곳곳에서 큰 영향력을 발휘하며 경제체제의 대전환을 예고하고 있다. 이제 스마트폰에서 심심풀이로 보던 운세 서비스도 무속인의 도움 없이 챗GPT가 제공해주고, 노인들을 위한 돌봄 로봇에도 인공지능이 탑재되고 있다. 넷플릭스와 같은 OTT서비스들은 더 이상 성우를 고용해서 더빙을 하지 않고 인공지능을 통해 실제 배우의 목소리를 그대로 흉내내며 전 세계 모든 언어로 더빙을 진행하고 있다. 곧 국내외 많은 서비스센터들이 사람 대신 인공지능 상담원을 배치하기 위한 준비가 끝나간다. 병원과 같은 의료기관에서 의사들이 인공지능과 병의 진단을 논의하는 모습도 이제 낯설지 않다. 인공지능이 게임 속 NPC를 담당하며 무한한 대화가 가능해진다. 영화 속 CG화면도 인공지능이 몇 마디 요청만으로 만들어주고, 배우가 크로마키, 즉 블루 스크린 앞에서 연기를 하고 있으면 인공지능 카메라가 즉석에서 어울리는 배경을 감독에게 제공해주기도 한다. 모두 현재 시중에서 제공되고 있는 서비스다. 우리는 이미 미래를 살고 있다.  생산성의 향상, 불량률의 감소, 인건비 절감, 고객 구매율 상승.. 모두 인공지능과 첨단 ICT 서비스를 도입한 디지털 전환 기업들의 대표적인 성과들이다. 그러나 사실 글로벌 기업들이 앞다퉈 미래 기술을 시급하게 추진하는 데에는 더 깊은 이유가 있다. 기업 이익을 증가하는 것도 물론 중요한 요소이기는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기업의 생사를 결정지을 만큼 중대한 목표까지는 아니다. 보통의 기업들은 의사결정이 느리고 실제로 변화하는데까지 오랜 시간이 소요되기 마련이다. 그런데 왜 이 디지털 전환만큼은 이렇게 빠른 속도로, 절박한 호흡으로 추진하고 있는 것일까? 그렇게 하지 않으면 제반 기업들에게 가까운 시간 안에 큰일이 벌어지기라도 하는 것일까? 그렇다. 유럽연합, EU가 지난해 공개한 ESG정책이 바로 그 간절함의 근본적인 이유다. EU가 2023년 발표한 ESG 관련 기업공시와 공급망 실사 규제는 세계의 기업들의 발등에 불똥을 떨어트렸다. 이제 앞으로 ESG를 도입하지 않은 기업에게는 더 이상 계약도, 구매도, 투자도 하지 않겠다고 선언한 것이다. 미국도 곧 그 길을 따라갈 예정이다. 올해 11월 미국 대선 결과에 따라 다소간의 시점 차이는 있겠지만 만약 공화당 트럼프 전 대통령이 아닌, 민주당 바이든 대통령이 연임에 성공할 경우 그때는 더욱 빨라질 예정이다. 북미와 유럽은 글로벌 공산품 소비의 최대 대륙들이다. ESG를 준비하지 않은 기업들에게는 수출길이 막힐 뿐만 아니라 공급망까지 생각한다면 앞으로의 기업 운전마저 중단하라는 일종의 사형선고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하지만 지금껏 4차 산업혁명의 디지털 전환 과제를 성실히 수행해온 기업들에게 ESG는 도리어 기회다. 다른 기업들이 헤매고 주춤하는 사이, 업계의 패권을 먼저 가져올 수 있는 경쟁력이 될 것이기 때문이다. 디지털 전환을 통해 기업들이 궁극적으로 얻을 수 있는 최종적인 결실은 무엇일까? 2030년부터는 시장에서 물건을 파는 자영업 상인들로부터 일선 기업, 학교, 은행, 정치권, 정부기관까지 모두 수행해야 한다는 ESG, 디지털 전환을 통해 대체 어떻게 이 ESG 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는 것일까? 애시당초 왜 ESG가 5차 산업혁명의 수문장 역할을 하게 된 것일까? 다음 호 마지막 특집기사를 통해 살펴볼 것이다. <다음 기사에서 계속> * 필자 : 안두환(레저넌스 컨설팅 대표), 중소기업과 기술혁신 스타트업에 대한 BM수립, 투자유치, 디지털전환 등의 인사이트를 제공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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