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C 5C 경의 철학자 엠페도클레스는 자신이 사는 시대가 "미쳐 날뛰는 불화"와 "아테 (미망, 맹목, 눈멂) 의 풀밭"이 판을 치는 살육, 원한, 죽음으로 가득 찬 시대라고 보았다.엠페도클레스가 살던 시대는 금권주의적 민주정과 대중영합적 참주정이 휩쓸고 지나간 직후였다. 때는 민주정이 끝없이 타락하고 참주마저 탁월성을 잃은 지리멸렬의 시대였다.(물론 이후 그리스 특유의 건전한 민주정이 설립된다. 이는 중대한 결단의 소산이었다. 아직 희망을 잃지 않는 이유는 여기에 있다.)엠페도클레스의 시대는 무엇이 문제였을까?첫 번째는 불화였다. 특권화된 부유한 민주주의자들과 가난한 대중의 불화, 당시 민주주의는 부유한 자들이 특권을 재생산하는 형식 논리였으며, 가난한 대중의 삶을 배반하는 공허의 질서였다. 불화의 핵심은 박제된 민주주의였다. 둘째는 맹목이다. 불화는 영웅의 탄생과 맹목을 부추겼다. 질서를 파괴하고, 압도적인 힘으로 새것을 창조하는 초인의 등장을 기대하면서 말이다. 불화와 맹목이 만연한 그 틈을 타 전쟁영웅의 후광을 빌어 탐욕의 등자를 타고 등장한 무능한 참주. 허수아비 참주 뒤에 숨어 부활한 부패한 귀족정의 후예들. 그리고 이들이 만든 탐욕과 부정의에 영합한 대중들. 모든 것이 비틀어지는데도 눈먼 다수는 아테의 시대를 향해 경주해 갔다.결국 이들이 합작하여 창출한 무지와 탐욕으로 기울어진 부정의의 시대가 엠페도클레스의 시대였던 것이다.묘사처럼 분명한 아테의 풀밭이었다.부유한 민주주의자들과 가난한 대중의 불화, 전쟁영웅의 후광으로 시대를 장악한 능력 없는 참주의 패악질 그 뒤에 숨은 낡고 부패한 귀족정의 후예들, 그리고 대중의 무지와 탐욕으로밖에 설명할 수 없는 참주에 대한 지지. 비단 엠페도클레스의 시대만의 문제는 아닌듯하다.
우리 시대 또한 아테의 풀밭을 닮았다.
특권화된 부유한 민주주의자들, 그들이 만든 시대와의 불화. 불화를 틈타 부활을 꾀하는 권위주의의 후예들. 부패와 탐욕의 등자를 타고 나타난 무능한 참주, 그리고 이를 용인하려 하는 어리석거나 탐욕스러운 시민들.2024년 대한민국도 아테의 풀밭으로 향해가고 있는지도 모르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