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EU(유럽연합)가 ESG 기업공시 및 공급망 실사를 개시하며 본격적인 5차 산업혁명이 시작되었다. 아직까지 AI, 빅데이터, 로봇, IoT 등 4차 산업혁명의 과제도 미처 완료하지 못한 일선 기업들에게는 발등에 불이 떨어졌다. 그러나 스마트공장, 스마트공방, 스마트HACCP 등 지난 정부에서 추진했던 4차 산업혁명 과제, 즉 디지털전환(DX)을 통해 기업의 빅데이터를 성실히 수집해온 기업들에게 2024년 생성형AI의 본격적인 상용화는 호랑이에게 날개를 달아준 격이 되었다. 기업의 현재 상태를 디지털화된 데이터셋으로 잘 보유하고 있다면 탄소나 원부자재, 에너지 절감 뿐만 아니라, 근로시간 조정부터 원가분석까지 ESG의 모든 과제를 이행하기에 어려움이 없을 뿐만 아니라, 다른 여타의 기업들이 헤매는 동안 다음 시대의 경쟁에서 우위를 점할 수 있는 발판까지 주어졌기 때문이다. 이런 기업들은 마치 스마트폰이 처음 등장했을 때의 카카오, 배달의 민족, 쿠팡과 같은 거대기업으로의 성장기회를 얻은 셈이다. 이제 과연 누가 현재의 변화를 제대로 읽고, 다음 시대의 경제적 패권을 쥐게 될 것인가? 미디어경북에서는 특집기사를 통해 생성형AI와 디지털전환의 경제산업적 현황을 살펴보고, 이미 시작된 ESG와 5차 산업혁명에 어떻게 대비할 수 있을 것인지 로드맵을 제시해보고자 한다.     ‘제2의 아이폰’을 찾아라! 최근 3년간 전세계 기업들의 공통된 문제의식 있었다. “어떻게 하면 Z세대들로부터 돈을 벌 수 있을 것인가? Z세대들이 원하는 것은 무엇인가?” 그 어느 세대들보다 생산능력은 없지만, 소비력만큼은 가장 높다고 여겨지는 Z세대들. 아이폰, 발렌시아가, 호캉스, 오마카세 등 자신만의 정체성을 다른 사람들에게 드러낼 수 있다면 비용을 고려하지 않고 소비하는 Z세대들에게 공통적으로 관통하는 소비 키워드를 찾는 것이 바로 기업들의 큰 숙제였다. 물론 MZ세대들은 자신들을 MZ세대라고 지칭하는 것을 달가워 하지 않는다는 의견도 많지만, 기업들은 냉정하다. 이익추구집단인 기업들은 대중들이 좋든 싫든 어떻게든 고객들을 범주화하고, 범주화된 고객들을 유형별로 분류하여, 같은 세대나 그룹 안에서 뒤처지기 싫어하는 심리를 자극함으로써 소비를 유도해내기 때문이다.   기업들의 미래 먹거리에 대한 고민의 과정에서 많은 경제적, 기술적 키워드들이 등장해왔다. 전기차, 자율주행차, 스마트홈, 사물인터넷, 헬스케어, 5G 등 다채로운 기술들이 대두되었지만 쉽게 답을 찾지는 못했다. 그 무엇도 지난 약 15년간 전세계 글로벌 기업들을 먹여 살려 왔던 ‘아이폰’, 즉 스마트폰만큼의 혁신적이면서도 트렌디하고 넓은 파급력과 팬덤을 보장해주지는 못했기 때문이다.       2007년 스티브 잡스의 ‘아이폰’이 등장한 이래로 스마트폰 산업은 그야말로 전 세계 글로벌 기업들의 신성장 동력으로 자리잡아왔다. 우리 삶의 주변을 잠시만 돌아봐도 스마트폰의 엄청난 영향력과 이로 인해 탄생된 수많은 글로벌 대기업들이 이렇게나 많은지 새삼 알 수 있을 정도다. 구글, 네이버, 다음과 같은 포탈 사이트와 카카오톡, 라인, 텔레그램, 인스타그램, 페이스북과 같은 SNS 서비스는 첨단 ICT를 대표하는 대기업이 되었고 넷플릭스, 유튜브, 멜론 등과 같은 멀티미디어 플랫폼은 TV와 라디오를 대신한지 오래 되었다. 식사를 할 때는 배달의 민족이나 요기요에서 주문을 하고, 마트에서 장을 보기보다 쿠팡 로켓배송이 편해져 버렸으며, 중고거래는 당근에서, 계좌이체는 토스로, 여행지에서 숙소는 야놀자로 예약하며, 독서조차 E북으로 대신한다. 스마트폰은 그야말로 지난 15년간 세계 경제를 뒤바꿨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겠으나, 문제는 이제 슬슬 그 가속도가 꺾이기 시작했다는 것이다. 지금의 Z세대에게 스마트폰은 사실 그리 특별한게 아니라는 것이 문제다. Z세대들에게 스마트폰이란 철이 들 무렵부터 혹은 태어나자마자 어느 집에나 몇 대씩 놓여있는 흔한 가전 중 하나에 불과하다. 기성세대들이 느꼈던 혁신적인 삶의 변화를 직면해보지 않은 그들에게 스마트폰의 변화는 상대적으로 작게 느껴질 수밖에 없었으며, 더욱이 그 사이 숙성된 기술로 인해 과거에는 연례행사와도 같았던 스마트폰의 교체주기 또한 크게 길어져 버렸고, 애플리케이션 서비스 또한 다각화되어 경쟁이 심화되고 있다. 줄어버린 이익에 미래 먹거리가 불안해진 기업들이 “제2의 아이폰”을 찾아 헤매기 시작했고, 2023년 11월 6일 마침내 그 답을 찾았다.   챗GPT가 불러온 새로운 시대의 절대적 패러다임, 생성형AI... ‘클릭’에서 ‘터치’로, 그리고 ‘대화’로 그 날을 누군가는 ‘스마트업 멸망의 날’이라 불렀고, 누군가는 ‘IT역사를 새로 쓰는 날’이라 불렀으며, 또 다른 누군가는 ‘특이점이 왔다’고 평가했다. 이제는 그 누구라도 알만한 챗GPT를 만든 회사인 ‘오픈AI’가 작년 11월에 개최한 개발자 컨퍼런스(Dev-Day)를 두고 회자된 말들이다. 그야말로 전세계에 지각변동이 일어났다. 이미 챗GPT를 통해 전세계에 놀라움을 안겨줬던 오픈AI가 자사의 새로운 서비스 모델 세 가지를 발표했다. GPT빌더, GPT스토어, GPTs가 바로 그것이다. GPT빌더는 마치 스마트폰의 앱을 만드는 것과 같은 개발자들의 도구이고, GPTs는 그러한 도구로 누구나 다양하게 만들어낸 서비스 애플리케이션을 의미하며, GPT스토어는 그 GPTs를 모아 공유할 수 있는 마치 앱스토어나 구글 스토어 같은 역할을 맡는다.   업계 관계자들이 크게 놀란 이유는 오픈AI가 발표한 이 세가지 서비스가 마치 애플 최초의 스마트폰 아이폰의 생태계와 놀랍도록 같은 구조였기 때문이다. 앞서 기업들이 다음 시대의 먹거리로 찾아왔던 “혁신성, 기술성, 파급력”이 모두 담겨 있는 그야말로 새로운 경제산업적 금맥을 발표한 것이다. 챗GPT라는 생성형AI의 가장 대표적인 최신 기술을 누구나 손쉽게 다른 서비스로 만들어 앱과 같이 비즈니스 수단으로 활용하고 누구나 다운로드 받아 사용할 수 있다는 점에서 그 `파급력`은 이미 자명한 것일 수 있고 또 이미 과거와 지금에도 스마트폰 생태계를 통해 익히 익숙해진 경험이므로 대중들에게 새로운 체험을 요구할 필요도 없다는 것도 강점이 되겠다. `기술성`이 전제되어야 하는 이유는 그것을 기업 저마다의 제품이나 서비스와 융합하여 판매할 수 있는 상품화가 가능하기 때문인데, 스마트폰이 그 자체로도 상품이 되었던 한편, 그 안에 담을 수 있는 앱을 통해 수많은 다른 기업들의 먹거리를 책임질 수 있었던 것처럼 이미 생성형AI와 LLM을 통해 새로운 신상품을 런칭하고 있는 기업들이 많다. BMW는 이제 신차보다는 차량 내에 탑재된 LLM을 홍보하고 있으며, 미국의 베스트바이와 같은 대형마트들은 생성형AI을 통해 고객들의 편리하고 신속한 쇼핑을 돕고 있을 뿐만 아니라, 로레알과 같은 화장품 제조사들까지 즉석에서 인공지능이 배합해주는 립스틱과 파운데이션을 판매하고 있다. `혁신성`은 사실상 전세계 교과서 개편 수준이다. 사람이 컴퓨터와 상호작용하는 도구적 수단을 HCI(Human-Computer Interface)라고 칭하는데, 흔히 말하는 UI(User Interface)와 UX(User Experience)가 바로 이 HCI의 영역에 속한다. 현대인들이 최초로 경험한 HCI는 바로 ‘클릭’이다. 키보드와 마우스로 대표되는 도구를 손가락으로 누르는 ‘클릭’이 없고서야 컴퓨터를 이용할 방법이 없었다. 그 다음 변화가 바로 ‘터치’다. 2007년 애플의 스티브 잡스가 최초의 아이폰을 발표하기 전에 다른 경쟁사들이 사용하던 스타일러스펜의 불편성을 그렇게나 혹평하면서 “사람은 누구나 태어나면서부터 10개의 스타일러스펜을 가지고 있다”며 패러다임의 전환을 선언했다. 이제 사람들은 키보드나 마우스보다도 ‘터치’라는 HCI를 통해 컴퓨터와 더 많이 상호작용하고 있다. 그러나 챗GPT가 선언한 미래 비전은 다음 HCI로 ‘대화’, 즉 ‘말’을 제시한다.   앞서 오픈AI가 발표한 세 가지 서비스 중 가장 핵심이 바로 GPT빌더인데, 이 GPT빌더의 핵심은 챗GPT 기반의 애플리케이션을 만들기 위해 고도의 프로그래밍 능력이나 개발경력이 없어도 된다는 것이다. 앱과 같은 GPTs들을 개발하는 방법은 GPT빌더 서비스에서 마치 챗GPT와 채팅으로 대화하듯이 프롬프트 대화로 이뤄진다. 예를 들어 “스타트업 창업자가 사업 아이디어를 생각하고 조언을 구할 수 있도록 도와주는 서비스를 만들어줘”라고 입력하면, GPT빌더가 그러한 생성형AI 서비스를 즉각 이해하고 만들어주는 것이다. 심지어 이렇게 만든 서비스를 유료로 판매하며 수익을 올릴 수도 있다. 월 이용료 약 20~25달러, 즉 우리 돈 2~3만원 정도면 최신 생성형AI와 LLM기술을 이용하여 프로그래머가 아니더라도 누구나 손쉽게 앱서비스를 개발할 수 있게 된 것이다. 이로써 글로벌 기업들이 제품과 서비스를 바라보는 관점이 180도 변화됐다. 지금까지 기업들이 어떠한 상품을 판매할 때는 소비자들이 그 상품의 매뉴얼을 제대로 이해하고 기계나 컴퓨터가 이해할 수 있는 순서대로 사용하도록 유도하는데 많은 노력을 기울여 왔다. 그러나 이제 생성형AI가 촉발한 패러다임의 변화로 인해 앞으로는 소비자가 그 제품의 사용법을 몰라도 일상적인 대화만으로도 충분히 사용할 수 있는 인터페이스를 구축해야 할 것이다. 예를 들어 우리가 자동차를 운전하기 위해서는 오랜 시간 공부하여 자동차 사용을 위한 운전면허시험을 통과하고 실습과 교습을 통해 실제 사용법을 익히면서 소위 ‘기계의 언어’, 즉 기계의 작동법을 배워야만 했지만, 앞으로 3년 정도 후에 판매될 4레벨 수준의 자율주행차나 10년쯤 뒤에 판매될 5레벨 수준의 자율주행차에서 사람들은 더 이상 운전을 할 줄 몰라도 “회사까지 가자”는 한 마디 대화만으로 자동차를 운전하게 될 것이다. 오픈AI의 챗GPT가 생성형AI는 이렇게 응용하는 것이라며 거대한 화두를 세상에 던져 버렸고, 글로벌 주요 기업들은 그 의미를 즉시 이해했다.     챗GPT DevDay가 개최된지 세 달도 되지 않은 지난 2월 오픈AI는 채팅만으로 고수준의 실사영상을 단번에 제작해주는 “sora(소라)”서비스를 발표함와 동시에 당장 올해 여름부터 헐리우드를 상대로 상용화 서비스를 실시할 것이라 예정했고, 또 얼마 지나지 않은 지난달에는 인간과 대등한 속도와 감정적 답변이 가능한 챗GPT4o(Optimized)를 발표했다. 이 모든 일들이 불과 지난 반년 사이에 일어났다. 과거 일반적인 기술들의 발전속도를 생각하면 3~4년은 걸려야할 기술의 진보가 이제는 2~3개월만에 일어나고 있는 것이며, 숱한 신기술들이 발표 이후 몇 년, 몇 십년은 지나야 겨우 상용화를 해왔던 것에 비해 그 또한 이제 2~3개월이면 이뤄진다. 챗GPT의 DevDay가 왜 “스타트업 종말의 날”로 불렸는지 알만한 대목이다. 이제 작은 중소기업이나 스타트업은 이러한 인공지능 기술에 대해 뒤따라가기는커녕 매순간 이해하기도 벅찬 호흡으로 진행되고 있다. 국가나 기업이 자체 인프라와 데이터를 활용해 독립적인 AI역량을 구축하자며 데이터와 인공지능의 영역에 일종의 국경을 긋는 소버린(Sovereign) AI가 최근 주목받고 있는 이유 중의 하나이기도 하다.     구글의 딥러닝 엔지니어링 부문의 이사인 레이 커즈와일은 2005년 자신의 저서 “특이점이 온다”를 통해 기술변화의 속도가 매우 빨라지고 그 영향이 매우 깊어서 인간의 전반적인 모든 생활양상이 완전히 변화되는 시점, 즉 “인간을 초월하는 인공지능”의 등장시점을 ‘특이점’이라 불렀고, 그때가 약 2045년 정도가 될 것이라 예견한 바 있다. 그리고 그 특이점에 앞서 “인간과 같은 수준의 인공지능”은 약 2029년 쯤에 등장하리라 예언하였는데, 지금까지는 좀처럼 그 말을 믿지 못했던 사람들도 최근 챗GPT로 대변되는 생성형AI의 등장으로 인해 설득력을 더하게 되었다. 테슬라의 CEO 일론 머스크나 엔비디아의 CEO 젠슨 황 등 글로벌 ICT 리더들이 저마다 앞으로 5년 이내 인간과 같은 수준의 인공지능 등장을 확신하고 있으며, 그것이 바로 다음에 등장할 챗GPT5.0이 될 수도 있다는 전망까지 나온다. 스마트폰이 처음 등장했던 2009년, 2010년 정도의 한국으로 되돌아가, 앞으로 15년쯤 뒤에는 스마트폰 없는 삶을 상상도 하지 못할 것이라는 말을 한다면, 그 말을 믿는 사람이 몇 명이나 될까? 또한 반대로 지금 2024년을 살고 있는 사람들에게 앞으로 15년쯤 뒤에는 생성형AI 없는 삶을 상상도 하지 못할 것이라는 말을 한다면, 그 말을 믿는 사람은 몇 명이나 될까? 일반 대중들이 그 말을 믿든지 그렇지 않든지 무관하게 이제 인공지능 기술은 스스로 기하급수적인 성장을 통해 눈 깜박할 사이에 우리 모두의 삶을 송두리째 바꿔버릴 것이다. 바야흐로 특이점이 오고 있다. LLM의 의미는 GPT? 생성형AI의 두뇌를 표현하는 공돌이들만의 작명 센스 챗GPT와 같은 생성형AI를 언급하는데 절대 빠질 수 없는 것이 바로 LLM(Large Language Model), 즉 거대언어모델이다. 이 LLM 덕분에 누가 무슨 질문을 하더라도 지금과 같은 챗GPT의 창의적이고 생성형의 답변이 가능할 수 있는 그야말로 생성형AI의 두뇌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 기존에 연속적인 자연어를 처리해왔던 RNN이나 LSTM과 같은 딥러닝 모델들을 단번에 과거의 유물로 만들어버린 LLM은 과연 무엇이며 어떠한 구조로 이루어져 있을까? 그 의미를 가장 손쉽게 이해할 수 있는 방법이 있다. 바로 챗GPT라는 서비스의 이름을 왜 GPT라고 지었는지 이해하면 된다.   여러분들이 지금 바로 접속해서 생성형AI와 대화할 수 있는 대표적인 챗봇인 챗GPT의 전체 명칭은 “Generative Pre-Trained Transformer”이다. 굳이 우리말로 번역하자면 ‘생성형 사전학습 트랜스포머 아키텍처’라고 할 수 있겠다. 영어식 이름이니 뒤에서부터 그 의미를 알아보자. 먼저 트랜스포머 아키텍처는 지난 2017년 구글에서 제안한 새로운 자연어 처리 모델이다. 이 트랜스포머 아키텍처의 가장 큰 특징은 포지션 임베딩, 셀프 어텐션 메카니즘, 멀티 헤드 어텐션, 피드 포워드 신경망 및 잔차 연결 등이다.    명칭들이 조금 어려워 보이지만 간단히 살펴보자면 포지션 임베딩(Position embedding) 기술은 입력된 자연어 문장에서 각 단어별 상대적인 위치 정보를 파악하는 역할을 한다. 예컨대 “나는 오늘 신문기사를 읽었어”라는 대화를 했다면 해당 문장에서 주어와 목적어, 서술어를 각각 분리하는 것이다.    셀프 어텐션 메카니즘(Self-Attention Mechanism)은 앞서 포지션 임베딩이 분리한 각 단어별 위치에 따라 가중치를 부여하는 것이다. 즉, 어떤 단어가 가장 핵심적인 의도를 표현하고 있는지를 구분하는 역할이다. 문맥에 따라 신문기사라는 목적어가 될 수도 있고, 대화의 맥락에 따라 읽었다는 서술어가 될 수도 있을 것이다.    멀티 헤드 어텐션(Multi-HeadAttention)은 그렇게 부여한 가중치를 다양한 관점에서 해석하여 다시금 가중치를 부여하는 과정이다. 앞서 나눠진 단어들 중에 어떤 관점에서는 신문기사를 읽기 싫었는데 억지로 읽었다는 맥락으로 이해될 수도 있고, 오늘 별다른 할 일이 없어 따분했다는 맥락이 될 수도 있는 등 우리의 일상대화에서는 같은 문장이라도 다양한 관점에서 의미를 해석할 수 있는 것처럼, 멀티 헤드 어텐션 또한 다양한 판단을 통해 가장 가능성이 높은 해석을 판단하여 가중치를 부여한다.    피드 포워드(FeedForward) 신경망 및 잔차 연결은 과거 자연처 처리 모델이었던 RNN이나 LSTM 등 여타의 딥러닝들의 한계였던 정보의 소실 문제를 완화해주는 역할을 한다. 예컨대 사람들도 대화 중에 말이 길어지면 앞서의 이야기를 잊어버리는 것처럼, 인공지능도 그런 문제가 있었는데 이것을 해결한 것이다. 그래서 지금 여러분들이 챗GPT와 대화할 때 앞서 질문에서 “2023년은 휴일이 몇일이나 있었어?”라고 물은 뒤, 다음 질문에서 “그럼 2024년은?”이라고 물어도, 맥락을 잊지 않고, 2024년의 휴일 수를 세어서 알려 줄 수 있는 것이다.       다음은 Pre-Trained, 즉 사전학습은 말그대로 상기의 트랜스포머 아키텍처 모델에 대량의 정보를 사전에 학습시키는 것이다. 챗GPT3.0 버전의 경우 1,750억개의 매개변수를 학습시켰다고 한다. 안 그래도 트랜스포머 아키텍처를 통해 아주 똑똑해진 인공지능 모델에게 공부까지 대량으로 시켜놓으니, 그야말로 ‘천재’가 되어서 소위 ‘제로샷 학습(Zero-Shot Learning)’이라고 불리는 ‘전이학습’이 가능하게 된다. 제로샷 학습이란 배운 적이 없는 정보에 대해서도 인공지능이 자신의 논리와 기억을 합하여 적절한 예측을 할 수 있는 기술을 말한다. 예를 들어 인공지능이 ‘말’과 ‘얼룩무늬’를 학습했다면 처음 보는 ‘얼룩말’의 개념을 배우지 않고도 판단하고 제시할 수 있는 것이다. 전세계의 수많은 사람들이 저마다 다른 질문을 해도 척척 이해하고 대답해주는 챗GPT의 능력이 여기에서 기인한다. 이렇듯 위의 두 가지 사전학습과 트랜스포머 아키텍처 덕분에 인공지능의 ‘생성형’ 답변이 가능하게 된 것이다. 예컨대 집에 있는 스마트 전구에 생성형AI를 탑재한다면 “아, 피곤해”라는 말 한마디만으로도 “오늘은 일찍 소등할까요?”라는 답변을 제공해줄 수 있을 것이다. 기업들이 생성형AI와 LLM에 주목하는 이유가 바로 이것이다. 생성형AI를 담을 그릇, 온디바이스(On-Device)AI 최근 삼성의 갤럭시S24 울트라 모델을 구입했거나 고려하고 있는 사람들은 광고를 통해 들어봤을 ‘온디바이스AI’가 갤럭시S24 울트라의 인공지능 기능을 강조하며 함께 홍보되고 있다. 반면 애플의 아이폰에는 아직도 이러한 온디바이스AI가 탑재되지 않아 애플답지 않은 수모를 겪고 있다는 소식도 보인다. 온디바이스AI는 과연 무엇이며, 생성형AI와는 어떤 관계가 있을까?     먼저 좁은 의미에서 온디바이스AI는 스마트폰을 비롯한 각종 전자제품에 탑재되는 AP(Application Processor)에 원래 포함되는 CPU, GPU, 메모리 등의 칩셋 외에 인공지능 연산만을 전담할 NPU(Neural Processing Unit)라는 칩셋을 추가하여 클라우드 서버와의 통신이 없이도 칩셋 단독적인 인공지능 연산이 가능한 것을 의미한다. 물론 NPU가 없다고 해서 온디바이스AI가 불가능한 것은 아니다. 기존에는 CPU와 달리 병렬구조로 반복연산에 적합한 GPU가 그 역할을 대신 해왔다. 최근 엔비디아의 주가가 엄청나게 성장하고 있는 이유도 이 때문이다. 반면 NPU는 본래 역할이 아니었던 GPU에 비해 보다 더 머신러닝 연산을 고려한 구조로 성능을 높이고 저전력 구조를 구현하였기 때문에 고성능만큼 고전력이 요구되는 생성형AI에 더욱 적합한 것이다.       넓은 의미에서 온디바이스AI는 위에서의 설명에서와 같이 어떤 칩셋을 사용하든 해당 인공지능 모델이 서버와의 네트워크 통신이 없이도 인공지능 연산을 실시할 수 있기만 하면 된다. 그런데 왜 꼭 그래야만 할까? 데이터 통신이든 와이파이든 항상 네트워크에 연결되어 살고 있는 스마트폰 사용자에게 데이터 연결 없이 인공지능을 사용할 수 있는 온디바이스AI의 장점은 잘 와닿지 않을 수 있다. 여기에는 세 가지 장점이 있다. 마블의 대표적인 히어로 영화 ‘아이언맨’에는 온디바이스AI의 특징을 잘 표현해낸 ‘자비스’라는 생성형AI이 등장한다. ‘자비스’가 탑재된 아이언맨 슈츠를 상상해보자.     만약 아이언맨이 비행 중에 데이터 기지국이 없는 바다 위나, 위성통신이 제한되는 지하 깊은 곳을 지나가고 있는데 자비스의 인공지능 연산이 반드시 서버와의 통신을 해야만 가능하다면 적의 흔적을 찾거나 암호를 해석하는 등의 어떠한 활약도 불가능할 것이다. 와이파이가 되지 않는 지역에서는 아무것도 할 수 없는 히어로라면 어벤저스 모임에 가입도 할 수 없었을 것이다. 두 번째 장점은 빠른 속도다. 보통 인공지능은 많은 전력과 고성능의 연산이 요구되므로 기존의 체계에서는 우리가 어떠한 질문을 해도 실제로는 중앙의 메인서버에서 처리한 뒤 나의 스마트폰이나 컴퓨터에는 그 결과만 표시해줬을 뿐이었다. 이렇다보니 기존의 서버 통신 방식의 인공지능 연산은 필연적으로 지연시간이 발생할 수밖에 없었다. 만약 데이터 속도가 느린 전쟁터 환경에서 아이언맨이 입고 있는 슈츠 속 AP가 네트워크 통신 없이는 인공지능 연산을 할 수 없다면 당장 눈앞에서 적의 미사일이 날아오더라도 궤도 분석을 할 수 없어 피하지 못한 채 속수무책으로 당할 수밖에 없을 것이다. 세 번째는 보안이다. 전산 시스템을 해킹하는 기법에는 여러 가지가 있겠지만, 그 중에서도 가장 손쉬운 것 중 하나가 바로 네트워크 해킹이다. 디도스, 백도어, 스니핑, 스푸핑, 재밍, 등 무수한 방법의 유무선 네트워크 해킹들이 존재한다. 반면 생성형AI와 같이 채팅을 통해 대화를 주고받는 시스템에서는 사용자의 질문을 대답에 맞게 연산하기 위해 의도치 않은 개인정보가 서버를 향해 네크워크 상으로 흘러갈 수밖에 없다. 생성형AI를 사용하는 스마트폰이나 컴퓨터에 네트워크 통신이 필요없이 자체적으로 연산이 가능한 온디바이스AI가 탑재되어 있다면 이런 보안성의 측면에서도 보다 안전해지는 것은 당연한 이치다. 이렇듯 온디바이스AI 덕분에 놀라운 능력을 가진 생성형AI를 비단 대기업의 거대한 데이터 센터 뿐만 아니라, 우리 주변의 스마트폰이나 컴퓨터, 자동차, 세탁기, 냉장고, 밥솥 등 수많은 생활가전에도 손쉽게 탑재할 수 있는 시대가 열리게 되었다. 내 주변의 각종 전자제품들이 모두 챗GPT만큼 똑똑해진다면 우리의 삶은 어떻게 변하게 될까? 생성형AI와 온디바이스AI로 완성된 스마트홈과 IoT, 커넥티드 인텔리전스 지금껏 이렇게나 찬사를 한 챗GPT는 그 대단한 능력만큼이나 전 세계의 많은 사람들이 이용하고 있다. 월간 사용자 트래픽만 약 16억명이다. 세계 인구의 20%에 해당하는 수치다. 그런데 의외의 사실은 그토록 많은 사람들이 사용하는 챗GPT의 평균 사용시간은 고작 7분에 불과하다는 것이다. 왜 그럴까? 지금까지 챗GPT의 기술사적 의의를 여러 가지 각도로 정의하고 있지만 사실 일반인들 입장에서는 챗GPT나 생성형AI의 대단함이 크게 와닿지 않을 것이다. 사실 챗GPT로 할 수 있는 일들이 별로 없기 때문이다. 지금껏 그 어떤 검색도구보다도 훌륭한 성능을 자랑할지언정, 챗GPT를 통해서는 영화표나 열차표 예매나, 집 안의 TV나 전등 조작 등 그 어떤 외부적 컨트롤이 불가능하기 때문이다. 과거 우리가 SF영화나 소설을 통해 꿈꿔왔던 인공지능의 능력에는 아직 턱없이 부족하다. 우리가 생성형AI의 능력을 실감하기 위해서는 아직 두 가지의 큰 숙제가 남아있다. 첫 번째는 먼저 챗GPT가 다른 모든 전자제품이나 시스템들과 동일한 언어로 통신할 수 있어야 한다. ICT분야에서 이기종 간 언어는 즉 프로토콜(protocol)을 의미한다. 현재와 같이 IP카메라는 와이파이, 온습도센서는 지그비, 현관문 도어락은 블루투스, 자동차 스마트키는 UWB 등 IoT 제품마다 서로 다른 프로토콜을 사용하고 있는 상황에서는 생성형AI와 외부 사물 간에 그 어떤 대화도 불가능하다. 두 번째로 다른 전자제품이나 다른 외부의 시스템들에도 모두 생성형AI가 탑재되어 챗GPT만큼 똑똑해져야 한다. 챗GPT가 아무리 똑똑한들 챗GPT가 시키는 일을 해야할 다른 제품이나 시스템의 능력이 따라주지 못한다면 어떤 일을 시키더라도 효과적으로 수행할 수 없을 것이다. 제아무리 똑똑한 박사나 교수라 하더라도 자기 혼자서 국적과 언어가 서로 다른 십수명의 유치원생들과는 협업하기 힘들 것이다. 같이 일할 파트너들도 어느 정도 비슷한 수준으로 맞춰줘야 할 것이고, 서로간의 언어 또한 통일해야 할 것이다. 어떻게 해야할까? 두 번째 문제는 앞서 살펴봤던 온디바이스AI로 해결이 가능하다. 온디바이스AI의 의의는 비단 네트워크 통신이 없이도 인공지능 연산이 가능하다는 것 뿐만 아니라 특유의 칩셋을 통해 고성능의 생성형AI를 거대한 데이터 서버 센터가 아니라 작은 내 손 안의 스마트폰에서도 사용할 수 있게 해준다는 것이다. 첫 번째 문제의 해결방법은 이미 진행 중이다. 지난 2019년 발표된 스마트홈 범용 표준 프로토콜인 `Matter(매터)`는 인터넷 상에서 네트워크를 표준화함으로써 전 세계 각종 가전을 사물인터넷 간 상호호환성을 지원해주는 오픈소스이다. 구글, 삼성, 아마존 등 글로벌 스마트홈 기업들이 참여하고 있으며 냉장고, 에어컨, 식기세척기, 로봇청소기, 화재경보기, 공기청정기, 선풍기 등 다양한 제품들의 프로토콜 통합에서 성공했다. 앞으로 그 범위는 더욱 넓어지게 될 것이다.       이제 몇 년 후에는 과거 SF영화에서 봤던 것처럼 집 안에 있는 서로 다른 회사에서 구입한 각종 전자제품들을 생성형AI를 통해 몇 마디 말로 제어할 수 있는 시대가 올 것이다. 누구나 아이언맨의 자비스와 같은 인공지능 비서가 생기는 것이다. 그리고 그 생성형AI 비서들도 하나둘씩 구체화되어 등장하기 시작했다.     생성형AI를 가장 스마트하게 컨트롤하는 나만의 자비스, PDA   “미래 최고의 기업은 PDA를 만드는 회사가 될 것이다.” 마이크로소프트의 회장 빌 게이츠의 예언이다. 여기서 PDA란 과거 스마트폰이 등장하기 이전 개인용 디지털 단말기나 산업현장에서 물류나 생산공정에서 사용하는 소형 컴퓨팅 단말기를 의미하는 PDA(Personal Digital Assistant)가 아니라 지금까지 살펴 본 생성형AI를 제어할 수 있는 에이전트 비서로서의 PDA(Personal Digital Agent)를 의미한다. 온디바이스AI와 커넥티드 인텔리전스를 통해 집 안의 모든 사물이 생성형AI를 탑재하여 똑똑해진다한들 각각의 제품들을 사용할 때마다 세탁기든, 자동차든, 에어컨이든 그 앞까지 찾아가서 명령해야 한다면 불편하기 그지 없을 것이다. 언제 어디서든 나의 동선을 따라다니며 아이언맨의 자비스처럼 나의 명령을 듣고 수행해줄 비서는 어떤 모습을 하고 있을까?       2024년 CES에 한국 기업인 삼성과 LG가 나란히 PDA를 출시했다. 각각의 PDA들은 사용자와 통화를 하거나 채팅을 하면서 각종 전자제품들을 컨트롤하며 집안일을 척척 대신해 줄 뿐만 아니라, 화상회의나 영화감상, 반려동물 케어까지 그야말로 똑똑한 인공지능 비서의 면모를 보여준다.     삼성과 LG의 PDA도 흥미롭지만 더 많은 주목을 받은 제품도 있다. 위 두 가지 제품들이 집 안에서 벗어나기 힘든 한계가 있는 반면 ‘휴메인’이라는 기업이 출시한 ‘AI Pin’이라는 PDA는 옷깃에 부착할 수 있는 형태로 제작되어 실내 뿐만 아니라 외부활동 중에도 생성형AI 비서와 언제 어디서든 손쉽게 대화가 가능하다. 원래 애플에서 HCI를 담당하던 직원들이었던 휴메인의 공동대표 2명은 퇴사 후 독립하여 생성형AI 기반의 혁신적 제품을 출시했고 이제 막 시작된 PDA 전쟁에서 당당히 이정표를 제시한 것이다. 정작 그들이 근무했던 애플은 최근 생성형AI 경쟁에서 뒤처지고 있는 모습과 대조적이다. 이 제품은 국내 통신사 중 SKT를 통해 올해 한국에도 출시가 될 예정이다. 미래가 눈앞에 다가왔다. 무서운 속도로 발전하고 있는 생성형AI... 어디로 가시나이까? 앞서 살펴본 것과 같이 이제 기업들은 어떤 제품이나 서비스를 출시할 때 소비자들이 기계나 프로그램의 원리를 잘 따라서 사용하도록 UX나 UI를 고민하지 않는다. 그 장치나 시스템의 매뉴얼을 보지 않아도 평소 주변의 가족이나 친구, 동료와 나누는 것과 같은 일상의 대화만으로 얼마든지 상품의 모든 기능을 손쉽게 이용할 수 있도록 생성형AI의 혁신적 기술성을 십분 활용하기 시작했다. AI와 같은 ICT기술과는 아무런 상관도 없을 것 같았던 자동차 회사, 화장품 회사, 대형마트들까지 적극적으로 IT기술을 연구하고 융합하기 시작했다. 성공한 기업들은 미리 패권을 점치고 있고, 뒤쳐진 기업들은 시장에서 도태되지 않을까 우려하기 시작했다. 상대적으로 규모가 작은 중견·중소기업, 스타트업들은 따라가기도 힘들 지경이다. 스마트폰이 일상화되기까지는 십수년의 시간이 흘렀지만 아직도 노년층 등 일부에서는 그 기능을 완전히 이해하지 못한 채 디지털 난민이 되기도 한다. 그러나 앞으로의 생성형AI 시대에서 그 발전 속도는 더욱 빨라질 것이다. 과거에는 몇 년에 걸쳐 일어났을 법한 신기술의 출시가 이제는 몇 개월마다 발표되고 있다. 앞으로 십수년 뒤에는 또 다른 의미의 AI 난민이 생겨나게 될지도 모를 일이다. 개별 기술에 대한 이해보다 전체적인 로드맵과 지향점을 그릴 수 있어야 한다. 전세계적인 인공지능 열풍은 과연 어디로 향하고 있을까? 기업들은 단순히 눈앞의 생존만을 위해 디지털전환(DX) 또는 AI전환(AX)를 추진하는 것일까? 새로운 기술들로 인해 세계 경제는 어떻게 변화해나갈 것인가? <다음 기사에서 계속>   * 필자 : 안두환(레저넌스 컨설팅 대표), 중소기업과 기술혁신 스타트업에 대한 BM수립, 투자유치, 디지털전환 등의 인사이트를 제공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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