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OSTECH(포항공과대학교) 화학과 김기문 교수 · 심지훈 교수 · 이연상 박사, 물리학과 김준성 교수(기초과학연구원 원자제어 저차원 전자계연구단) 공동 연구팀은 그래핀(graphene) 수준의 전자 이동속도를 갖는 전도성 이차원 고분자를 개발했다. 이 연구는 화학 분야 국제 학술지인 ‘켐(Chem)’ 온라인판에 최근 게재됐다. ‘꿈의 신소재’로 불리는 그래핀은 실리콘에 비해 전자 이동속도가 140배 빠르고, 강철보다 강도가 200배 높지만, 반도체로 사용할 수 없다. 반도체 재료는 전류를 통제하고 조절하기 위해 밴드갭(band gap)*이 필요한데, 그래핀은 밴드갭을 가지고 있지 않기 때문이다. 그래핀처럼 뛰어난 물성을 가지며 동시에 밴드갭을 확보하기 위해 다양한 연구들이 활발하게 진행되고 있고, 우수한 물성을 갖는 전도성 고분자 개발도 그 중 하나로 주목받고 있다. 뛰어난 물성을 확보하기 위해, 그래핀의 화학구조와 동일한 방향성 고리화합물 구조(fused aromatic backbone)를 갖는 전도성 고분자가 연구되고 있지만, 합성 과정 도중 중간체 간 적층 현상이 발생해 고분자가 제대로 성장하지 못하는 문제가 있었다.
*밴드갭(band gap) : 전자 에너지 준위에 대한 차이를 말한다. 밴드 갭이 큰 물질은 전기가 잘 통하지 않는 전기 절연체이며, 작은 물질은 전기를 잘 통하는 전도체로 사용된다. 중간 크기의 밴드 갭을 가진 물질은 반도체로 분류된다.
연구팀은 이번 연구에서 그래핀과 화학적으로 구조가 유사한 트리아자코로넨(triazacoronene)을 사용하고, 그 옆에 부피가 큰 펜던트(pendant) 작용기를 도입했다. 이 작용기는 입체장애(steric hindrance)를 통해 층간 적층을 막아주는 역할을 한다.
연구팀은 이 펜던트 작용기의 도입을 통해 판상형 구조를 가진 트리아자코로넨 단량체의 중합 과정에서 이차원 고분자 중간체 간 적층을 억제하고, 중간체의 용해도를 증가시켜 중합도가 크고 결함(defect)이 적은 이차원 고분자를 합성하는 데 성공했다. 실험 결과, 연구팀이 합성한 고분자는 3,200 cm2V-1s-1라는 매우 빠른 전자 이동속도를 보였으며, 이는 기존 전도성 이차원 고분자에 비해 약 100배 이상 빠른 속도다.
또, 연구팀은 P형 도핑*을 한 전도성 이차원 고분자에서 소량의 전자가 정공과 공존함을 확인했다. 일반적으로 P형 도핑으로 다수의 정공이 도입된 경우에는 소량의 전자가 존재했더라도 전자와 정공은 다니는 길이 서로 분리되어 있지 않기 때문에 재결합 되어 관측할 수 없었다. 그런데, 이들의 이동 경로를 분자 수준에서 제어해 처음으로 전자와 정공을 동시에 관찰한 것이다.
*P형 도핑 : 반도체 재료에 미세 불순물을 도입해 정공을 삽입하는 과정이다. POSTECH 김기문 교수는 “유기반도체가 갖고 있던 고질적인 문제인 느린 전자 이동속도를 개선하고, 전자 · 정공의 전하 이동 경로를 분자 수준에서 제어하는 데 성공했다”며, “배터리나 촉매 등 다양한 산업에서 소재의 성능을 높이는 데 이번 연구가 활용될 수 있을 것”이라며 연구의 의의를 밝혔다. 한편, 이번 연구는 한국연구재단과 기초과학연구원, 막스 플랑크 한국 포스텍 연구소의 지원을 받아 수행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