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들은 대부분 회사에서 가장 많은 시간을 보냅니다. 점심시간까지 포함하면 약 9시간을 회사 사람들과 함께 있는 거죠. 회사에서 일할 때 생기는 가장 큰 스트레스가 뭘까요? 상대와 관계가 불편할 때입니다. 일이 힘든 거는 그래도 괜찮습니다. 같이 일하는 동료와 트러블이 생기면 그동안 만족했던 내 삶이 흔들립니다. 사소한 일에도 부정적인 감정의 소용돌이에 휘말리게 됩니다.저의 어리석었던... 지금은 너무 부끄러운 경험을 이야기드리겠습니다. 과거에 다녔던 전(前) 회사에서 일어난 일입니다. 회의실에서 월간 회의를 하면서 부서별로 업무 진행 현황을 공유했습니다. 당시 저는 교육팀이었습니다. 마케팅팀에서 업무 현황을 공유하는데 참 답답한 마음이 들었습니다. 서비스 기획 관련해서 작년에 이야기했던 업무들이 올해에도 마무리가 안 된 상황이었습니다. 작년과 똑같은 말들이 오고 갈 때 제가 선을 넘는 발언을 했습니다. 대략 이런 뉘앙스였습니다. "너희 마케터는 3명이나 있는데 지금 뭐 하고 있는 건지 모르겠다. 도대체 납기 관리를 왜 안 하는 거냐? 납기 관리를 안 하니까 지금 진척이 없는 거 아니냐?" 제 말이 끝나자 회의실은 쥐 죽은 듯이 조용해졌습니다. 대표님도 계신 자리였고, 마케터들의 표정이 안 좋아졌습니다. `누군가는 말해야 하지 않을까?’라는 생각과 답답한 마음에 한 말이었습니다. 하지만 이건... 현재까지 제가 회사 생활을 하면서 실수한 최악의 커뮤니케이션이었습니다. 그때 제 연차는 과장급이었습니다. 부끄럽지만 그때는 지금보다 더 미성숙했기에 그렇게 말을 하고도 마케팅팀에 화가 안 풀렸습니다. 짜증이 계속 올라왔습니다. 회의가 끝나고 다음 날 대표님이 저를 부르셔서 면담을 했습니다. 대표님의 말씀은 이랬습니다. 동석님이 선을 넘는 말을 했다. 동석님이 나이도 마케터들보다 많고, 경력자라서 지금 마케터 3명이 동석님을 불편해한다. 특히 OO님이 동석님의 말을 수용할 수 없다고 한다. 대표님과 면담이 끝나자 저는 또 욱을 했습니다. 뭐라고? OO님이 수용할 수가 없다고? 이게 뭔 소리지? 그리고 불만이 있으면 자기가 나한테 직접 이야기를 해야지, 왜 대표님한테 말을 해? 그 후로 저는 OO님에게 인사도 안 하고, 점심도 같이 안 먹었습니다. 유치원생도 하지 않을 어리석은 행동을 했습니다. 얼마 지나지 않아 결국 OO님은 퇴사를 했습니다.OO님이 퇴사하기 전에 단둘이서 이야기를 같이 했습니다. 그런데 마케터들은 대표님에게 저에 관한 이야기를 한 적이 없다고 했습니다. 오히려 자신들의 문제를 언급해 줘서 고마웠다고 했습니다. 알고 보니 사실은... 면담할 때 대표님이 자신의 생각을 덧붙여서 저한테 말했던 거였고, 저는 OO님이 그랬다고 오해를 한 거였습니다. 이런 생각이 들었습니다. 자신이 더 하고 싶은 일을 찾기 위해 퇴사한다던 OO님... 말은 그렇지만 저와의 관계가 불편하지 않았다면 그렇게 퇴사를 했을까? 아마 아니었을 것 같습니다. 처음부터 제가 선을 넘지 않았다면, 또 대표님과 면담 후에 제가 직접 OO님과 대면해서 서로 진솔한 이야기를 했다면 어땠을까? 그때 제가 확실히 깨달은 삶의 교훈이 있습니다. 누군가가 나를 정말 불편해한다는 걸 알 때, 또는 내가 누군가와의 관계가 정말 불편할 때는 제3자의 말에 휘둘리지 말자. 왜냐하면 그 말에는 3자의 생각이 개입되어 있기 때문입니다. 불편한 관계의 소용돌이에서 벗어나는 방법은 내가 용기를 내서 당사자와 직접 대면해 서로 진솔한 이야기를 나누는 걸 깨달았습니다.그렇게 OO님이 퇴사를 하고, 얼마 지나 않아 저와 같은 교육팀 □□님이 개발팀 △△님에게 불편함을 느낀다는 걸 알게 되었습니다. 과거 HRD 컨설팅 조직에 있었던 교육팀 □□님은 보수적이고 수직적인 조직문화가 익숙합니다. 반면에 개발자인 △△님은 자유롭고, 수평적인 조직문화가 익숙하다 보니 교육팀 □□님은 개발팀 OO님의 업무 태도가 마음에 들지 않고, 비즈니스 매너 등이 부족한 거 같습니다. 본인이 생각하기에는 가끔씩 개발팀 △△님이 선을 넘는 언행을 하고요. 저는 앞서 깨달은 교훈이 있었기 때문에 도움을 주고 싶었습니다. 제3자가 껴서 당사자 사이를 조율해 주는 것이 아니라 불편하겠지만 당사자들이 직접 대면해서 진솔한 이야기를 할 수 있도록 자리를 만들었습니다. 그리고 두 명이서 이야기 잘 나누고 오라고 자리를 나왔죠. 과연 어떻게 됐을까요? 서로가 다름을 이해하게 되면서 기존에 불편했던 관계가 개선됐습니다. 우리들은 더 친밀하게 소통하면서 견고해졌고 회사에서 함께 성과를 낼 수 있었습니다.여러분이 회사에 진짜 불편한 사람이 있습니다. 퇴사를 하거나, 이직이나 창업을 한다면 괜찮습니다. 그러나 어찌 됐든 이곳에서 일을 해야 하는 상황이라면 어떻게 하실 건가요? 이왕이면 내 일에 집중해서 성과를 내려면, 일요일 아침에 일어나자마자 월요일 출근 생각에 덜 우울하려면 용기를 내세요. 나를 불편하게 하는 사람과 직접 대면하세요. 여기에 별다른 스킬과 노하우는 필요하지 않습니다. 진솔하게 나는 당신과 좋은 관계를 맺고 싶다고 진심을 따뜻하게 전하시면 됩니다. 한 번 이야기했다고 불편한 관계가 바로 극적으로 바뀌지는 않습니다. 서로를 이해할 수 있는 첫 단추를 끼우는 겁니다. 그러면 처음보다는 덜 힘들게 다음에도 이야기할 수 있고, 세 번째, 네 번째 점차 늘려나갈 수 있습니다. 용기를 내는 게 쉽지 않습니다. 그러나 나를 담금질해서 더 단련하자는 생각으로 직면해 보시길 바랍니다.혹시 이 글을 읽는 분이 리더라면, 예컨대 팀장이나 파트장, 실장, 본부장 등 직책자라면 꼭 알아주세요. 우리 팀원 중에 A가 B와 관계의 불편함을 겪는 것 같다면 당신의 생각을 덧붙여 말하지 말아 주세요. A에게 B의 입장을 자신의 생각을 덧붙여서 이야기하지 말고, 반대로 B에게 A의 입장을 자신의 생각을 덧붙이지 말라는 겁니다. 그냥 A와 B가 진솔하게 이야기 나눌 수 있는 자리를 만들어 주세요. 그리고 두 명이서 이야기 나눌 수 있게 자리를 피해주세요. 따뜻한 커피라도 마시라면서 카드를 주고 오면 금상첨화일 것 같습니다.
◎ 생각해 보기
1. 누군가와 관계가 불편했을 때, 용기를 가지고 당사자와 직접 대면해서 진솔한 이야기를 한 적이 있나요?2. 이야기를 하고 난 뒤에 내 마음은 어땠나요? 이야기하기 전보다는 괜찮아졌나요?3. 회사 생활을 포함해서 우리가 살면서 불편한 관계의 소용돌이에 휘말릴 때 어떻게 벗어날 건가요?
글쓴이|이동석 강사현 이너트립 컨텐츠팀 팀장전 에이드컨설팅 교육사업팀 과장 - 건국대 교육학 석사교육부 후원, 제18회 대한민국 교육박람회 강연 (2021, 서울 코엑스)강의 분야 : 자기경영, 소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