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온 선택 투과막은 혼합물 중에서 목표 이온만을 선택적으로 여과시킬 수 있는 막 기술로서, 배터리 분리막, 해수 담수화뿐만 아니라 바이오매스 생산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산업 분야에서 유용하게 활용되고 있다. 특히 막의 두께가 얇고 이온 선택성이 높을수록 분리 효율이 좋아질 수 있으며, 일례로 염수에서 배터리 핵심 소재인 리튬이온만을 추출하는데 이러한 투과막이 사용될 경우 에너지 효율 및 생산성이 높고 폐기물 배출이 적어 친환경적이라는 장점이 있다.최근 POSTECH(포항공과대학교) 연구팀은 ‘인공 이온 채널’을 새롭게 개발하여특정 이온만을 선택적으로 투과하는 나노 두께의 이온 선택 투과막 구현에 성공하였다. 이는 하이드로젤 이오닉 트랜지스터와 융합되어 살아있는 세포에서 발생하는 작은 이온 신호까지도 실시간으로 모니터링하는데 세계 최초로 활용되었다.
새로운 이온 선택 투과막 기술의 핵심은 자연계 세포막을 인공적으로 모사하는 데 있다. 살아있는 세포는 놀랍게도 원하는 이온만을 투과시킬 수 있는 세포막을 가지고 있다. POSTECH 신소재공학과 오승수 교수 · 통합과정 유혜빈 씨 · 화학과 손창윤 교수, 서울대 재료공학부 선정윤 교수, 한국뇌연구원 임현호 박사의 공동 연구팀은 이러한 세포막을 인공적으로 모사하여 다양한 양이온 및 음이온 중에서 1가 칼륨 양이온을 선택적으로 통과시키는 막을 새롭게 개발했다. 또한 이를 신경 신호 전달을 모방한 하이드로젤 이오닉 트랜지스터와 융합하여 복잡한 생체 혼합물 속에서도 원하는 이온 신호를 실시간 분리해내는 데 성공하였다. 이번 연구는 재료과학 분야의 세계 최고 권위지인 ‘어드밴스드 머티리얼즈(Advanced Materials, Impact Factor= 29.4)’ 학술지에 게재됐다.
‘특정’ 이온만을 선택적으로 통과시키기 위해, 연구팀은 세포막에 존재하는 다양한 이온 채널에 주목하였다. 이온을 인식할 수 있는 작은 단위체가 지질막 내에서 정렬되면 이온 채널로서 작용할 수 있다는 원리에 착안하여, 칼륨이온을 특이적으로 인식할 수 있는 DNA G-사중 나선 구조체를 ‘서열 특이적 표면 개질’하여 지질막 내에서 효과적으로 배향되도록 유도하였다. 그 결과, 수 나노미터 두께의 얇은 막을 통해 물 분자, 음이온 및 다원자 양이온의 투과가 완벽하게 차단(~100%)되었고, 흥미롭게도 비슷한 크기의 1가 양이온들 중에서 칼륨이온이 선택적으로 막을 통과하였다. 특히 리튬이온 대비 칼륨이온의 크기가 약 2배 더 큼에도 불구하고 투과막의 칼륨 선택성을 통해 500% 큰 증폭 이온 신호를 검출해 내는 데 성공하였다.
이어 연구팀은 칼륨 선택 투과막이 융합된 하이드로젤 이오닉 트랜지스터를 사용해 살아있는 간조직에서 방출된 칼륨 신호를 세포 손상 없이 실시간 모니터링하는데 성공하였고, 이는 세계 최초로 칼륨이온 방출량의 측정을 통해 아세트아미노펜의 주요 간 독성 매커니즘을 실험적으로 밝히고 해독제 후보 물질을 검증한 결과이다. 타이레놀로 잘 알려진 아세트아미노펜을 과다 복용하면 간 손상이 일어나 칼륨이온이 외부로 방출되는데, 특정 해독제를 첨가하면 칼륨 방출이 효과적으로 억제됨을 밝힘에 따라, 본 기술이 다양한 약물 및 해독제의 발굴과 성능 검증에도 유용한 플랫폼이 될 수 있음을 확인하였다.
오승수 교수는 “지질막 내부에 삽입된 이온 인식 단위체의 교체만을 통해 경제적 가치가 높은 다른 이온이나 과학적으로 중요한 신경전달물질 등 다양한 분자를 선택적으로 통과시키는 인공 채널도 제작할 수 있다”며, “추후 세포 신호 체계나 뇌과학 연구, 약물 개발뿐만 아니라 리튬이온 추출에도 활용될 수 있다“라고 강조했다. 연구를 주도한 유혜빈 씨는 “자연계 이온 채널이 하지 못하는 다양한 이온의 흐름을 제어하는 인공 이온 채널 분야를 새롭게 개척하고자 한다”며 본인의 포부를 다졌다. 이번 연구는 한국연구재단의 STEAM 연구사업 및 글로벌박사양성사업, 산업통상자원부의 시장주도형 K-센서 기술개발사업과 삼성전자 미래기술육성센터의 지원으로 수행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