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 갤럭시 신제품 출시와, 때아닌 `MZ세대들의 아이폰 사랑` 적절성 논쟁지난 7월 26일, 삼성은 갤럭시 플립5, 폴더5, 갤럭시탭S9 등 다양한 신제품을 출시했다. 공교롭게도 삼성의 신제품 출시를 한두달 앞둔 시점에 한국의 여러 언론과 각종 인터넷 커뮤니티들에서 국내 10대~20대들의 높은 아이폰 사용률을 부각했고, 아이폰의 비싼 가격 때문인지 마치 몇십년 전 중고교생들 사이에 유행했던 노스페이스 패딩과 같이 부모들의 `등골 브레이커`와 같은 일부 비판 여론에 휩싸인 바 있다.안드로이드 스마트폰의 기함격이라 할 수 있는 삼성 제품의 본고장인 한국이어서 그럴까, 안드로이드 계열 사용자가 많은 한국에서는 특히 기성세대들 사이에서 아이폰 사용자들을 이해하지 못하는 경향이 있다. TV 속 아이돌 연예인이 사용하는 사치품 악세사리 정도의 인식에서부터 정치인들이나 사용하며 뉴스에 회자되는 높은 보안성 정도가 장점의 전부가 아니냐는 평도 있다.반면 아이폰 사용자들은 아이폰이 안드로이드 스마트폰에 비해 흔히 "자세하게 설명하기에는 어렵지만 뭔가 다르다, 감성이 있다"는 모호한 표현을 쉽게 하곤 한다. 시원시원해야할 액정을 아직도 크게 가리는 `노치`와 `다이나믹 아일랜드` 카메라 홀을 채택하고, 가전제품인 `인덕션`에 풍자되는 두꺼운 카메라 섬을 사용하며 일부 디자인 비판까지 받고 있는 아이폰에 대체 무슨 감성과 남다른 차별화 요소가 있길래 전 세계 선진국 소비자들과 유행에 민감한 한국의 MZ세대들이 열광하고 있는 것일까?지난 10여년간 스마트폰은 세상 사람들의 많은 일상생활을 변화시킨 첨단 기술의 핵심이었으며, 더욱이 그 산업의 당사자라 할 수 있는 구글과 애플, 삼성 등은 이러한 스마트폰을 기반으로 인공지능, 자율주행차량, 메타버스, 웹3, 헬스케어 등 앞으로 도래할 "기술의 특이점" 시대의 가교 역할까지 경쟁적으로 확장 중에 있다.삼성의 갤럭시 신제품 출시와 때아닌 아이폰 논쟁을 계기로, 현시대 스마트폰의 대표주자인 애플 아이폰과 삼성 갤럭시가 지금껏 달려 온 혁신의 역사를 엿보고 서로가 지향하는 비전의 차이를 살펴보고자 한다.
애플과 삼성, 기술철학의 차이와 비즈니스 성적표
"사람들은 (혁신적인 제품을) 눈앞에 보여주기 전까진, 자신이 원하는 것이 무엇인지조차 모른다."애플 스티브 잡스의 명언이다. 잡스는 아이폰을 통해 와이파이 기술을 포함한 풀스크린 디바이스를 최초로 제시하며 본격적인 스마트폰 시대를 열었고, 아이패드를 출시할 때는 태블릿PC에 대한 개념이 없는 대중들을 위해 공개행사의 마지막에 소파에 앉아 마치 책을 읽듯 아이패드를 사용하는 모습을 시연하며 사람들에게 새로운 ICT제품 분야의 탄생을 인지시켰다."마누라와 자식 빼고 다 바꿔라"반면 잡스와는 다른 방식으로 일찍이 `1인 1무선단말기` 시대를 예견했던 삼성 이건희. 그의 프랑크푸르트 선언은 변화와 품질경영을 강조한다. 불량률 11.8%를 기록한 애니콜 제품 15만대를 불태웠던 화형식을 필두로, 이건희는 제품의 프리미엄 전략을 지향하며 품질개선과 기술혁신에 주력했고, 한국의 로컬 기업에 불과했던 삼성은 글로벌 스탠다드를 추구하며 현재 D램과 OLED 부문에서 세계 최고의 기업이 되었다.글로벌 프리미엄 스마트폰 시장은 10개 중 8~9개가 아이폰일 정도로 애플이 주도권을 쥐고 있지만, 그 외 중저가폰 시장에서는 안드로이드가 70% 이상을 보급하며 과반을 점유 중에 있는데 그러한 안드로이드 스마트폰의 대표격은 역시 삼성 갤럭시라 할 수 있다.글로벌 비즈니스 시대에 이러한 기술적 지향점의 차이는 한편으론 대상하는 소비자 특성에 따른 차이로도 볼 수 있지만, 기업경영의 측면에서 보자면 매출과 주가, 브랜딩 등에서 유효성 여부를 짐작할 수 있다. 미 퍼브스지 등 주요 경제매체의 조사에 따르면 스마트폰 등 IT 디바이스 산업만 집중하여 판매하는 애플의 기업 매출순위는 4000억달러로 세계 6위(2023.1), 시가총액 1위, 브랜드 평판은 8위(2022) 등 세계 최고의 알짜 기업이 되었고, 가전, 건설, 중공업, 보험 등 수십가지 산업을 그룹사로 운영 중인 삼성은 2400억달러로 세계 19위, 시가총액 25위, 브랜드 평판 17위 등 뒤에서 추격하는 양상를 보인다.테크놀로지(Technology), 혁신을 바라보는 관점① 애플 : 기존의 기술을 재해석하여 완성된 제품으로 실체화하고, 세계의 표준으로 유행시킨다.애플이 페이스타임을 처음 공개했을 때 이미 예전부터 화상통화를 사용해왔던 안드로이드 스마트폰 사용자들은 야유했다. 하지만 기존의 화상통화는 값비싸면서도 끊김이 잦아 일반 사람들에게는 소위 통신사가 제공하는 다소 형식적인 서비스에 불과한 인식이었다면, 애플의 페이스타임은 아이폰3G가 처음 대중화한 와이파이 기술의 기반 하에 안정되고 끊김없는 통화품질 뿐만 아니라 같은 아이폰 간의 화상통화 때는 별도의 통신요금 발생 없이 보유한 데이터 또는 와이파이 환경에서 무제한의 통화가 가능하다.오인식률이 높아 신뢰성이 낮았던 기존의 지문인식 기술 또한 애플은 에어리어 방식을 채택하며 정확성을 높혔고 터치ID라는 새로운 이름까지 붙여주며 개인보안을 강화했다. 실제로 터치ID 기술 이후에 휴대전화에 비밀번호를 설정하여 보안기능을 사용하는 비율이 2배나 늘었다. 기존의 휴대전화 사용을 위해 전원버튼을 누르고 비밀번호 4~6자리를 눌러 화면에 진입하기까지 3~5초 남짓한 시간낭비를 획기적으로 줄여줬기 때문이다. 하루에도 수십, 수백번 휴대전화를 들여다보는 사람들에게 터치ID 기술은 사람들의 스마트기기 사용습관을 완전히 바꿔버렸고, 이후의 홍채인식, 페이스ID 등 보안성이 높으면서도 신속한 사용이 가능한 새로운 기술이 날로 발전해왔다.이어폰 또한 다른 기업들이 고품질의 음향에 주목할 때, 애플은 무선 이어폰인 에어팟을 선보이며 소위 `콩나물 대가리` 열풍을 불러일으켰고 이후 우후죽순처럼 무선 이어폰 시대가 시작됐다. 당연히 그 이전에도 무선이어폰은 존재했지만, 에어팟은 발전한 블루투스 기능을 기반으로 아이폰과 극도로 자연스러운 페어링(fairing)을 선보이며, 운송업이나 사무직 등 특정 직업군을 위주로 선호됐던 무선 이어폰을 완전히 대중화했다.시리(Siri)라는 음성조작 보조기술 또한 애플의 상징적인 혁신 기술이다. 반복적인 표현이지만 음성인식 또한 기존에 이미 존재하던 기술로써 낮은 인식률과 수행 가능한 기능의 한계로 유명무실한 기능에 머물렀으나, 시리가 보여준 다채롭고 자연스러운 표현으로 인해, 지금의 챗GPT(Chat-GPT)만큼은 아니지만 출시 당시에는 미래 세상을 엿보기에 충분한 모티브를 제공하며 열풍을 일으켰다."미래와의 조우". 과거 아이폰X 출시 당시 애플이 붙여줬던 이 멋진 캐치프라이즈는 어쩌면 지난 6월에 공개한 "공간 컴퓨터 비전 프로(Vision Pro)"에 더 적합할 것 같다. 비전 프로는 근 몇 년간 이어왔던 메타버스 논쟁에 한 획을 그으며 화려하게 등장했다. 스티븐 스필버그의 영화 `레디 플레이어 원`과 같은 공상과학 컨텐츠로만 상상해왔던 메타버스는, 영화를 보는 VR(가상현실), 포켓몬GO와 같은 AR(증강현실), 디지털 트윈(Digital Twin) 기술과 같은 거울세계, 라이프로깅과 같은 신개념 SNS 등 근래에는 어느새 일상생활에서도 어렵지 않게 접할 수 있는 기술이 되었지만, 그 누구도 저 기술들을 접하며 그것이 이름과 같은 `초월세계(Metaverse)`처럼 무궁무진한 가능성의 혁신적 개념이라 생각하진 않았다.
그러나 애플은 비전 프로 한대의 기기에 기존에 파편화되었던 VR과 AR, 거울세계와 라이프로깅 등 모든 기능을 하나로 묶어내며 "앞으로 보여줘야할 메타버스 기술이란 이런 것"이란 이정표를 제시했다는 평이 지배적이다. 특정 한 가지 기능에 주력됐던 기성 기술들에 비해, 이를 융합함으로써 발휘할 수 있는 수많은 기술적 가능성과 애플리케이션들이 사람들의 인식을 바꿨고, 애플이 새로운 비즈니스 제품 카테고리를 다시금 추가했다는 것이다. 혁신의 모호함으로 애플이 고전 중이라는 국내 언론보도와 달리, 비전 프로 출시 이후 지속 상승 중인 애플의 주가가 이를 반증한다.
② 삼성 : 기존 제품의 기술을 누구보다 빠르게 발전시키고, 선점하겠다.
2009년 가수 손담비와 애프터스쿨이 부른 CM송 AMOLED를 기억하는 사람이 많을 것이다. 삼성의 OLED 부문에서 디스플레이스 신기술 AMOLED를 홍보하기 위한 CF인데 별도의 광고를 내세울 정도로 삼성 입장에서의 획기적인 기술이었다. OLED 산업의 최강자 삼성과 LG 모두 한국기업이나, LG가 대형 패널에 강세인 반면, 삼성은 모바일 스마트폰 등 소형 OLED에 강세를 나타낸다. 기본적으로 OLED이기 때문에 전력소모가 적으며, 발광재료로 전기를 가하면 스스로 발광하는 유기물을 사용하기 때문에 빛을 내는 별도의 백라이트 유닛을 사용할 필요가 없어 얇게 만들 수 있는데, 여기에 특수 기판이나 전극을 사용하면 깨짐없이 접거나 휠 수 있는 디스플레이로 발전이 가능하다. 그것이 지금의 갤럭시 플립과 폴드, 즉 `접는 스마트폰` 제품의 개발을 가능하게 한 주역인 것이다.특히 앞서의 설명과 같이 백라이트 없이 자체 발광한다는 것은 `검정색`을 표현할 때 해당 소자를 그냥 꺼버리면 되기 때문에 기존의 LCD에 비해 높은 명암비와 채도를 구현할 수 있으므로 시각적 컨텐츠가 중요한 스마트폰에서 강점이 될 수 있다. 문제는 이렇듯 유기물이라는 특징 때문에 AMOLED의 수명이 너무 짧다는 것이다. AMOLED를 구성하는 적색과 녹색, 청색의 유기물 중 청색의 수명이 유독 짧아 완전히 꺼져버리면 특정 자국이 계속 남아보이는 소위 `번인(Burn-in)` 현상이 발생하게 된다. 현재는 많은 개선이 이뤄졌지만 갤럭시 스마트폰 초창기 시절에는 많은 소비자들로 하여금 삼성의 A/S센터를 찾게 만든 원인이 되었는데,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러한 기술적 런칭은 삼성 기술철학의 한 가지 단면을 상징한다."기존에 존재하던 기술을 모아 재해석하여 새로운 제품을 만들어내는 애플"에 비해, "이미 존재하고 있는 산업 분야지만 누구보다 발빠른 변화로 선점을 추구하는 삼성"의 차이가 극명해지는 순간이다. 다소간의 결함은 있었을지라도 지금에 와서는 아이폰을 비롯한 수많은 첨단 가전들이 점차 OLED로 전환해감을 생각하면, 삼성은 이 부문에서 일찍이 프론티어적인 도전을 한 것이다. `앞선 특정 기술`을 먼저 누리고 싶은 소비자에게 삼성의 기술이 선호되는 이유다.갤럭시 노트로 상징되는 S펜 또한 삼성의 발빠른 기술선점의 대표적인 사례다. 일본 와콤사(社)는 현대의 대다수 디자이나 웹툰 작가들이 사용하는 드로잉 머신 태블릿을 오랫동안 제조해 온 기업으로, S펜에는 이러한 기술이 접목되어 있다. 2013년에는 와콤의 주식 일부를 인수하면서 보다 적극적인 협력관계를 추구한다. 이 분야의 후속주자인 애플도 펜슬 제품을 2015년 출시했지만 정밀성 등 하드웨어적인 측면에서의 오랜 노하우를 극복하기 보단, 충전방식, 디자인, 관련 애플리케이션 등 사용성에 좀 더 무게를 두고 추격 중이다.삼성 페이(2015)는 애플 페이(2014)에 비해 조금 출시가 늦었는데, 여기에는 삼성만의 사정이 있다. 전세계 대부분의 국가들이 NFC(Near-Field Communication) 기반의 결제시스템을 채택한 반면 유독 한국 시장만은 마그네틱 결제 방식이 주류였기 때문에, 삼성은 MST(Magnetic Secure Transmission) 방식의 모바일 결제 시스템을 보유하고 있는 미국 벤처기업을 인수하여 기술을 확대할 수밖에 없었던 것이다. 삼성의 글로벌 스마트폰 시장 통합 점유율은 1위를 수성하고 있지만, 프리미엄폰 시장의 경우 애플이 약 57%, 삼성은 2위임에도 불구하고 19%에 지나지 않는데, 삼성 프리미엄폰에 대한 구매 충성도가 높은 한국 내에서 삼성페이 기술을 반쪽짜리로 출시할 수는 없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러한 과정 덕분에 삼성페이는 애플페이에 비해 보다 폭넓은 결제 호환성을 보유하게 되었으니 결과적으로는 득이었다고 볼 수 있을 것이다.아이폰에 방수방진 기술이 적용된 것은 아이폰7이 출시된 2019년 무렵이었으나, 삼성은 이미 오래전부터 갤럭시S5 ACTIVE 등 스마트폰에 밀스펙(MIL SPEC)에 가까운 러기드(Rugged) 기술을 제품화해왔다. 애플과 달리 다양한 산업에 걸쳐 그룹경영을 하는 삼성은 오디오, 카메라 등 과거 추진했던 사업부를 스마트폰 사업부에 통합하여 기술 시너지를 도모한 바 있는데, 삼성탈레스 등 군사기술 개발 경험이 있던 삼성 입장에서 소위 `밀스펙(Military Specification)` 또한 공격적인 기술적 업그레이드의 중요한 단면이다. 이번에 출시된 플립5와 폴더5는 접혀지는 폴더블 디바이스임에도 불구하고 IPX8 수준의 방수기능을 채택하여 주목을 받고 있다(방진 기능은 제외).
UX와 UI, 감성공학의 차이
① 애플, 자신들의 폐쇄적인 체계 안에서 사람의 습관을 형성하고 벗어나지 못하게 만든다.감성공학(感性工學)은 인체의 특징과 감성을 제품설계에 최대한 반영시키는 기술로, `인간이 가지고 있는 소망으로서의 이미지나 감성을 구체적인 제품설계로 실현해내는 공학적인 접근방법`이라 정의하는데, 애플은 사실상 이러한 감성공학의 달인들이다.과거 어느 애플의 신제품 발표 프레젠테이션의 서두에서 잡스는 그날 공개하는 제품이 세 가지라고 했다. 하나는 새로운 아이팟(MP3 음악플레이어), 다른 하나는 모바일 전화기, 마지막은 혁신적인 인터넷 디바이스. 그리고 세 가지 기술의 정체가 사실 단 하나의 제품 즉, "아이폰"이라는 한 대의 스마트폰에 융합된 것임이 밝혀졌을 때 세계의 청중들이 환호했다.아이폰 이전에도 스마트폰이 없었던 것은 아니다. 그러나 이전의 스마트폰들이 PDA의 형태로 작은 화면의 한계에도 불구하고 윈도우와 같은 데스크탑 PC에서나 사용할만한 프로그램과 UI를 채택함으로써, 일반적인 사용자들의 접근을 어렵게 했었던 반면, 애플의 시선은 철저히 사람들의 경험과 감성에 파고든다.이미 아이팟이라는 MP3플레이어를 통해 음악을 모바일 시장에 편입한 바 있는 애플은 그러한 경험을 `스마트폰`과 융합함으로써 새로운 유형의 아이폰을 보다 친숙하고 더 많은 사람들에게 접근할 수 있게 했다. 또한 아이폰을 와이파이 기능의 대중화로만 기억하기 쉬운데, 이뿐만 아니라 애플은 2G, 3G, 4G LTE 등 항상 모바일 인터넷 혁명의 첨단을 선도하며 사람들이 스마트폰을 `더 빠르게, 더 끊김없이, 그리하여 더 오래" 사용하도록 추구해왔다.애플의 성공을 불러온 맥킨토시부터 아이폰과 맥북에 이르기까지, 기술적 혁신 외에도 애플이 중요하게 내세운 ICT디바이스의 차별화 키워드는 "폰트, 멀티터치, 와이파이, 앱스토어, 디자인, 두께, 아이클라우드" 등으로 볼 수 있는데, 폰트와 디자인, 두께 등의 요소는 매일 매순간 접하는 기기를 심미적으로 업그레이드하여 단순한 전자제품이 아닌 개인의 기호를 반영할만한 상징적 악세사리로 격상시켜 준다. 와이파이, 앱스토어, 아이클라우드 등의 요소는 사용자가 아이폰과 같은 새로운 첨단제품을 데이터나 백업 등에 얽매이지 않고 지속적인 사용을 담보해주는 원동력이 된다. 최근 인터넷 쇼핑 시장에 불어온 `간편결제` 시스템이 기존 소비자들의 번거로웠던 결제행위에 대해 고민하지 않게 만듦으로써 `살 것이냐 말 것이냐`가 아닌 `무엇을 살 것이냐`의 고민으로 전환시켜 구매전환율을 상승시킨 것과 마찬가지로, 애플이 기술의 혁신만큼이나 사용자의 경험(UX, User Experience) 및 심미적 직관성(UI, User Interface)을 중요하게 생각한 이유 또한 소비자들이 "수많은 스마트폰들 중 하나"가 아니라 "아이폰이냐 아니냐"라는 선택지를 심어주고 싶었기 때문이다.이러한 애플만의 고도화된 감성공학은 애플 OS(운영체제) 특유의 `폐쇄적`인 특성과 결부되어 이제는 사용습관 뿐만 아니라 소비습관을 지배하는 수준에 이르렀다. 애플의 각종 제품들은 공식적으로는 그 흔한 할인조차 잘 하지 않으며 비싸기로 악명이 높지만, 유독 학생들에 대한 할인만큼은 관대하다. 신학기에는 맥북 등을 10~20% 가량 할인해주며 에어팟을 끼워 주기까지 하는 등 애플답지 않은 프로모션을 제공하기도 하며, 저가의 보급형 스펙인 아이패드와 애플펜슬1, 아이폰SE 등을 지속 발매하는 것 또한 학교 등에 교육용 판매와 학생들의 접근을 높이기 위한 포석들이다.스티브 잡스는 학생 때 형성된 IT제품에 대한 습관은 성인이 된 이후에도 계속 유지되며 쉽게 바뀌지 않는다고 생각했는데, 이는 윈도우OS에 익숙한 사람이 애플의 맥OS를 쉽게 사용하지 못하는 것과 마찬가지로 평생에 걸쳐 생각보다 강력한 소비습관으로 작용한다.이러한 소비습관이 애플의 몇 가지 폐쇄적 기능과 만나며 그 시너지 효과가 증대되는데, 예컨대 앞서 논한 아이폰의 화상통화 페이스타임의 무료 무제한 사용이 애플 기기 사이에서만 가능한 점이 그렇고, 평범한 문자 메시지 또한 애플은 i메시지(iMessage)란 이름을 붙이며 애플 기기 사용자들 사이에 통신사의 요금부과 없이 무제한 사용이 가능하게 하는데, 이때 아이폰 사용자 사이의 메시지는 파란색으로 표시하고, 다른 운영체제와의 메시지는 녹색으로 표시하며 요금이 과금됨을 간접적으로 알려준다. 아이폰 사이에 컨텐츠를 간편하게 송수신할 수 있는 에어드롭(AirDrop) 기능의 경우, 별도의 암호화가 없는 1~2G 용량의 동영상 파일 정도는 몇 초만에 공유할 수 있을 만큼 직관적이고 강력한 기능인데 이 또한 당연히 아이폰 사용자 사이에서만 가능하다.좋게 보자면 사용자들 사이의 유대를 강하게 묶어주며 기업으로서 애플만의 독자적인 생태계를 구축해나가는 전략이지만, 혹 데이터 요금제 등의 한계가 있는 일부 아동청소년들의 경우 저러한 기능이 없는 친구들과는 자연스럽게 소통과 공유가 제한되는 `편가르기`로까지 번질 수 있는 차별로 악용될 여지 또한 잠재되어 있다. 물론 애플은 상대적으로 저렴한 아이폰SE와 아이패드 기본모델을 계속 발매하며 소비자 선택의 폭을 넓게 보유하고 있다고 항변할 수 있겠지만, 유독 타인의 시선과 유행에 민감하며 빈부의 차이를 내보이기 꺼려하는 일부 한국 소비자들은 부득불 값비싼 고사양 모델을 구매하며 애플의 감성공학이 소비의 족쇄로까지 여겨지는 부작용이 될 수도 있는 것이다.
② 삼성(안드로이드), 당신이 원하는대로 얼마든지 자유롭게 활용하라.
삼성 갤럭시에 있어서 UX와 UI에 대해 말하기 위해서는 우선 구글의 안드로이드OS를 논해야 한다. 애플은 MacOS, iOS 등 핵심 운영체제를 직접 개발하지만, 삼성을 비롯한 전 세계 모든 안드로이드 스마트폰들은 구글의 안드로이드 운영체제를 기반으로 활용하기 때문이다.안드로이드는 명실상부 현 세상에서 가장 많은 사용자를 보유한 모바일 운영체제이다. 소프트웨어를 개발하는 도구부터 모두 무료인 오픈소스(Open Source) 플랫폼이기 때문에 기업이든 개인이든 누구나 쉽게 접근해서 안드로이드를 활용한 스마트폰이나 첨단ICT제품의 운영체제로 활용이 가능하다. 그 특유의 범용성 덕분에 이제는 비단 스마트폰 뿐만 아니라 주변에서 쉽게 볼 수 있는 IoT 보안 시스템이나 음식점의 키오스크(KIOSK) 주문 시스템, 배달이나 택시기사들의 전용 단말기, 산업용 디지털 트윈에 이르기까지 안드로이드는 과거 마이크로소프트사의 윈도우OS보다 더 넓고 더 깊게 우리 생활 속에 펴져 있다.이런 사용성에서 엿볼 수 있는 구글 감성공학의 모토는 `자유`다. 안드로이드 스마트폰 유행 초기에 소위 `롬질`로 불리는 UI 변경 애플리케이션을 구글 플레이 마켓에서 손쉽게 다운로드 받을 수 있었다. 심지어 개중에는 안드로이드 스마트폰의 UI를 마치 아이폰의 그것과 같이 바꿔주는 롬도 있었는데 가장 유명한 것 중의 하나가 현재는 가성비 가전제품 기업으로 성장한 중국 샤오미의 `MIUI`였다.필자 또한 과거 삼성의 갤럭시S2에 MIUI를 설치하여 아이폰과 같은 UI로 사용했던 적이 있다. 굳이 아이폰을 구입하지 않고 번거로운 행위를 했던 이유는, 아이폰의 UI는 탐났지만 당시로서는 애플 특유의 폐쇄적인 정책이 부담되었기 때문이다. 지금이나 그때나 아이폰은 기기의 백업이나 파일의 송수신을 위해서는 맥북 등 애플의 PC를 사용하거나, 윈도우PC라면 아이튠즈(iTunes) 등 별도의 프로그램을 사용하여, 안드로이드보다는 좀 더 번거로운 절차를 따라야 한다. 스마트폰에 케이블로 아무 윈도우PC에 연결만 하면 바로 파일을 넣고 뺄 수 있는 안드로이드와는 완연하게 다른 자유도이다.물론 철저하게 애플기기만을 사용하는 애플 애호가들의 경우 애플의 강력한 백업 시스템인 아이클라우드(iCloud)를 통해 아무런 조작도 필요 없이 자신이 보유한 모든 애플 제품간에 사진이나 동영상과 같은 파일이 자동으로 공유되도록 할 수도 있겠지만, 관공서를 중심으로 아직까지 윈도우 계통의 PC사용이 지배적인 한국 환경에서 애플 특유의 폐쇄적 운영체제는 초기 사용자들의 접근을 가로막는 주 요인 중의 하나였다.안드로이드 특유의 자유도는 운영체제 뿐만 아니라 기능성에서도 애플과 확연하게 차이가 난다. 대표적인 것이 `통화녹음` 기능이다. 미국의 일부 주(州)에서는 통화녹음이 불법인데, 엄연히 미국회사인 애플의 모든 스마트폰 역시 통화녹음 기능이 없다. 게다가 보안과 개인의 프라이버시를 중요하게 여기는 애플은 미국 뿐만 아니라 전 세계에 판매하는 모든 아이폰에서도 공통적으로 통화녹음 기능을 불허한다. 애플 제품의 주 고객군이 북미와 유럽 선진국들에 편재된 경향을 보면, 해당 국가들의 경우 특히 경제적 사기죄에 대한 처벌이 강하기 때문에 통화녹음 기능을 떠나서 일종의 사회적 경각심이 형성되어 있다고 추정할 수 있는데, 반면 한국사회를 반추해보면 반대로 그러한 사기범죄에 대한 처벌이 상대적으로 약한 편인데다, 서양국가들에서는 일반적인 개인 변호사 제도가 드물어 법률적 접근성 또한 낮은 편이라, 국내 안드로이드 스마트폰 사용자들의 통화녹음 기능에 대한 선호도는 상당히 높은 편이다. 사회적 불신에 기반한 선호기능이라니 안타까운 면도 있지만, 법률적 제한만 없다면 이러한 기능까지도 얼마든지 구현할 수 있다는 점에서 아이폰과 차별화되는 안드로이드 운영체제 자유도를 체감할 수 있다.
기술의 경쟁에서, 가치의 경쟁으로
스마트폰이 대중화된지 약 15년의 시간이 흐른 지금, 해당 업계는 많은 변화가 있었다. 초기 춘추전국시대를 방불케 하며 각축전을 벌이던 노키아, HTC, LG, 블랙베리 등 여러 스마트폰 제조기업들이 사라졌고 애플, 삼성, 그 외 중저가 중국기업 순으로 재편되었으며, 지금 남은 제조사들의 제품은 어느 것이 나은지를 쉽게 가늠하기 힘들 정도로 기술적으로도, 감성적으로도 상향 평준화되었다.삼성은 2018년부터 갤럭시S8 등의 모델로부터 ONE(원) UI를 런칭하며, 그간 애플에 비해 부족하다는 평이 지배적이었던 UI와 UX에 대대적인 손질을 가했다. 안드로이드 특유의 자유도는 살리면서도 디자인과 사용성에 일정한 가이드라인을 제시하며 감성적이고 심미적인 특성을 병행해 나간다.줄곧 LCD 디스플레이를 고수했던 아이폰은 2017년 아이폰X에서 처음으로 베젤리스 디자인과 노치 타입을 액정화면에 구현하기 위해 OLED를 채택하여 지금에 이르렀다. 애플은 최신 아이폰14 모델 OLED 액정 중 82%를 삼성에서 납품받는다. OLED에 대한 오랜 상용화를 진행해온 삼성은 이미 2014년 갤럭시 노트 모델부터 이미 베젤리스를 넘어 엣지 디스플레이를 적용했고, 지금은 갤럭시 플립과 폴드 제품을 통해 스마트폰 폼펙터의 변혁을 선도하며 과거 애플의 전매특허였던 `혁신` 타이틀을 뺏어오기도 했다.S펜과 애플펜슬, 삼성페이와 애플페이, 에어팟과 갤럭시버즈, 애플워치와 갤럭시워치, 시리와 빅스비 등 초기에는 서로에게 부재하여 경쟁력이 되었던 기능과 제품군들이 이제는 대부분 매치되었고, 경쟁은 고도화되었다.애플은 마치 상상 속에 사는 예언자와 같이 소비자의 습관보다 한 발 먼저 앞서 생각함으로써, 사람들이 필요로 할 제품을 먼저 제시하고 유도하여 소비자를 애플의 세계로 초대한다. 최초로 메타버스의 대중화를 도모하는 애플의 비전 프로가 이러한 양상의 대표적 제품이다.삼성은 현실세계인 미국 서부시대의 개척자와 같이 새로운 기술의 영역을 발굴하고, 그렇게 발견한 금맥과 같은 기술로 어디까지 할 수 있을지 소비자와 함께 실험하고자 한다. 접을 수 있는 최초의 풀스크린 스마트폰 플립과 폴드 시리즈가 대표적인 사례의 제품이다.구글 딥러닝 부문 이사인 레이 커즈와일은 자신의 저서 `특이점이 온다`에서 현대의 기술이 종잡을 수 없을 정도로 빠르게 발전하고 있으며, 2045년 경에는 인간의 통제를 벗어날 수준의 기술적 변혁이 오리라 예견한 바 있다.이러한 기하급수적인 기술의 홍수시대에 이제 아이폰과 갤럭시 중 어떤 휴대전화가 더 나은가 하는 질문은 의미가 없어졌다. 세계적인 ICT 트렌드에서 다음 시대의 핵심 키워드인 Web3.0은 더 이상 기술이 아니라 "공정, 분배, 상생"의 가치를 의미하며, 이를 기반으로 기존의 플랫폼 대기업들이, 다변화되고 가치 중심적인 프로토콜(Portocol) 경제구조로 재편될 것을 강하게 예견하고 있다.이제는 애플도, 삼성도 단순한 기술의 발전과 공학적 기교를 통한 제품의 판매에 매달리기 보다, 소비자들에게 어떠한 가치를 제공하고 분배하며 공유할 수 있을지 고민해야 할 시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