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항문화재단은 내달 27일까지 꿈틀로 스페이스 298에서 여름 기획전 ‘무질량 공간’을 개최한다. 올해 세 번째 기획 전시인 ‘무질량 공간’에는 입체 조형과 설치 미술 영역에서 활동해온 한국의 젊은 조각가 이은우, 권용주, 안효찬이 참여한다. 작가들은 한국적 도시 형성과 도시 삶의 특수성을 바탕으로 자신의 작업 세계를 독자적으로 구축해왔으며, 일상성과 예술성, 구체성과 실재성, 현실성과 가상성 사이의 경계 영역을 새로운 작업의 영역으로 발전시켜왔다. 이번 전시는 작가들의 작업 과정을 알아가기 위해 조형의 재료들이자 조형을 이끄는 원천인 ‘물질’을 연결하고 변형, 배치하는 과정 자체에 주목한다. 전시는 조형된 작품을 보면서 역으로 변형된 모양을 추측하고 원천을 추적해가며 다른 차원의 상상과 확장된 감각 세계로의 통로가 된다. 이은우 작가는 시트지 설치 ‘무제’(2023), 두 벽이 잇대어진 열린 공간에 세 무리의 ‘분위기’(2022)와 두 무리의 ‘물건 4(나의 개)’, ‘물건 6(개)’(2022) 등 네 개의 작품을 선보인다.
형태의 속성을 가급적 드러내지 않으면서 어떤 속성도 상실되지 않게 상호 조율하며 관계항을 조형함으로써 작가 특유의 ‘살려냄’의 과정을 드러낸다.
권용주 작가는 세 점의 조각 ‘엉킨 PP 로프 외’(2019), ‘Colanyl Black’(2022), ‘000’(2023)을 통해 전시장 기둥과 기둥 사이, 안팎 사이 공간인 벽 자체에 설치하는 방식의 배치작업을 선보인다.
작가는 생활 현장에서 사람들이 생활이나 생존을 위해 만든 임시적 풍경을 참조한 설치 작업을 주로 한 이후 풍경을 조각으로 변환하는 작업을 해왔다.
특히 이번 전시를 위한 신작 ‘000’(2023)은 안료 연구를 하던 과정에서 작가가 답사하고자 했던 포항 뇌성산 뇌록산지의 녹색을 떠올리며 석고와 인공 안료를 섞어 만든 것이다. 조각의 제작 과정이 드러나도록 구조를 만들고, 석고와 안료가 쌓인 표면도 적극적으로 가시화한다. 전시에서 작가는 재현적 차원의 캐스팅과 함께 새로운 형에 도전하는 작업을 선보이며 조각을 세우고 새로운 형에 대한 탐색을 보여준다. 안효찬 작가의 작품은 ‘생산적 미완’ 연작 일부와 ‘다리’(2023)가 한 공간에 배치되며, ‘평범한 사람들’(2018/2023)은 독립된 공간에 배치된다.
이번에 전시하는 작업들은 불합리하며 미완인 사회를 바라봤던 작가가 구상적이고 서사적인 조각과 설치로 작업했던 일련의 연작을 토대로 새로운 조형적 방향에 대한 고민을 보여준다.
‘생산적 미완’은 시멘트와 철근으로 만든 지탱하는 구축물을 먼저 만들고 그 위에 건설 장면, 사람 모형들, 캐스팅한 새끼 돼지 등으로 일종의 세트를 만들어 서사를 형성해낸 조각형 작업으로, 인간이 쌓아 올린 디스토피아적 도시의 어두운 단면과 인간에 의한 자연의 희생을 모티브로 했다. 철근과 시멘트를 이용해 공간에 맞춰 제작한 녹슨 구조물과 회색빛 사람들의 다양한 모습의 조합은 작가가 가진 디스토피아적 세계관을 드러낸다. 이와 같이 이번 전시 ‘무질량 공간’은 물질이라는 나름의 속성들을 지니면서 현실에서 그 양태를 펼쳐내는 감각적 실체들의 활기와 운동성에 주목한다. 조각을 주요 매체로 작업하는 작가들이 참여해 각자가 가진 현재의 조각적 태도를 짚으며, 작가들은 자기의 조형 언어를 돌아보고 갱신하면서 본인의 문제의식을 확장하는 과정으로서 태도와 작품을 펼쳐 보인다. 한편 내달 11일 오후 2시 스페이스 298에서는 작가와의 대화 시간을 통해 작품에 대한 깊이 있는 담론의 시간을 마련한다. 전시 관련 문의는 포항문화재단 문화공간운영팀(☎289-7932)으로 하면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