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음 달 대구 편입을 앞둔 군위군의 깊은 산골 해발 700미터에서 귀농해 살아가고 있는 두 아이의 아빠 청년 농부 김태현입니다.바람이 좋은 이곳 화산마을로 귀농한 지는 어느덧 2년이라는 세월로 채워가고 있습니다. 9살과 7살의 두 아들과 영원의 단짝 아내와 함께 산골에서 치유농장을 운영하며 우리 아이들에게도 좋은 영향을 주기 위해 긍정적인 마음으로 양육자 모임에 함께하게 되었습니다. 작년 추워지기 시작하는 계절부터 시작하여 벌써 세 번째 계절이 지나가는 여름의 문턱에서 6월 모임을 갖게 되었습니다. 흐릿했던 양육 관점을 읽고 쓰며 나누며 뚜렷하게 만들 수 있었고, 제 자신 또한 되돌아보는 계기가 되었습니다.이런 기회를 주신데에 감사의 마음을 담아 이번 모임의 이야기를 여러분께 들려드리겠습니다.
6월 9일 오전 본격적인 더위가 찾아오는 군위의 우보면 청년문화금고에서 ‘읽고쓰는군위양육자모임’이 있었다. 교육잡지 격월간 「민들레 147호」의 `학교폭력을 바라보는 교육적 관점`을 읽고 참여자들이 서로 대화하는 시간을 가졌다.
최근 급격히 사회 쟁점이 되고 무거운 주제로 떠오른 학교폭력은 어느 부모에게나 피해자 또는 가해자의 입장이 되어 다가올 수 있는 사회의 주요 문제점이다. 그러나 현실에서의 아이들이나 부모에게는 이미 걷잡을 수 없이 일이 커진 후에야 본격적으로 바라보게 되는 경우가 많아 막상 접했을 때는 상황이 극에 달아 법적인 문제로 갈 수밖에 없는 현실이 대부분일 것이다.
분명 일이 걷잡을 수 없이 커지기 전에 교육적인 측면에서 사전에 방지할 수 있는 시간이 있었을 텐데 어떻게 하면 될까 하는 고민을 두고 글의 저자이신 장희숙 편집장님의 글을 빌려본다. `폭력이라 규정하는 순간 그 행위를 죄악시함과 동시에 `가해자-피해자`의 대립 구도가 형성되고, 화해보다는 잘잘못을 따지는 쪽으로 가게 된다.`
<‘학교폭력을 바라보는 교육적 관점’ p.60>
`사과하고 반성하는 순간 잘못을 인정하는 것이 되고 법적 처벌에 대학입시까지 망가지는데 누가 순순히 그런 선택을 하겠는가‘
<‘학교폭력을 바라보는 교육적 관점’ p.46>
최근 교육계에선 갈등을 법적으로 해결하려는 경향이 두드러진다. 법적인 해결 자체가 마지막이 아닌 최우선이 되는 상황에서는 힘 있는 누군가의 일방적인 수단이 되어 버리는 것이다.아직은 관계 회복의 경험이 많지 않은 아이들에게 법이 아닌 관계 회복 방법에 집중하는 교육 시스템과 사회적 협의가 이루어진다면, 지금보다 훨씬 더 나은 해결방안이 나오지 않겠냐는 고민을 하게 된다.
`사건을 공개함으로써 우리 반에서 폭력은 `공적인 일`이라는 인식을 심어주는 것이다. 다른 친구의 일에 관심을 갖게 하는 일은 학교폭력 예방에도 도움이 될뿐더러 타협과 중재를 배워나가는 시민 교육이기도 하다.‘
<‘학교폭력을 바라보는 교육적 관점’ p.64>
두 아이의 아빠로서, 법적인 해결과 원만한 합의가 학교폭력의 해결방안이라고 생각해본 적이 있다. 그러나 이번 모임을 통해 적어도 관계 회복이 우선이라는 방향성을 가지게 된 것은 분명 큰 소득이다. 여전히 사회적인 합의와 교육적인 제도가 뒷받침돼야겠지만, 무엇보다 우리 아이들에게 당부해야 할 말은 "절대 먼저 때리지 말아라" 따위의 비겁하고도 무책임한 말이 아니라는 점은 감사해야할 일이다.
김태현|시민기자
군위 화산마을의 귀농 2년차 청년농부. 두 아이의 워너비 아빠이면서 든든한 남편이 되기 위해 노력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