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 여름날에 저는 제 스스로가 참 한심하고 멍청하다고 생각했습니다. 왜냐하면 장마철에 편의점에서 똑같은 우산을 무려 3번이나 샀기 때문입니다. 다음날 비가 온다는 걸 일기예보로 알았음에도 불구하고 아침에 출근할 때 비가 안 오니까 그냥 우산을 안 가지고 갔습니다. 그런데 퇴근해서 집에 갈 때쯤 막 비가 오니까 어쩔 수 없이 우산을 사게 됐고 그걸 3번이나 반복했습니다. 이런 저를 보며 와이프가 한 번만 더 우산을 사면 가만 안 두겠다고 경고했습니다.와이프에게 물리적인 폭행(?)을 당하기 전에 서둘러 어떻게 하면 앞으로 우산을 안 살지 생각해 봤습니다. 고민 끝에 이제부터 다음날에 비가 온다는 소식을 확인하면 무조건 제 신발 옆에 우산을 두기로 했습니다. 그 결과 당일 아침에 비가 오지 않아도 나갈 때 신발을 신으면서 자연스럽게 우산을 가지고 나가게 되었고 그 후로 지금까지 저는 단 한 번도 우산을 사지 않았습니다.
심리학에 `행동유도성`이라는 개념이 있습니다. 특정한 어떤 환경(상황)이 우리로 하여금 특정한 행동을 하게끔 유도하거나 특정 행동을 쉽게 하게 하는 겁니다. 여러분이 우산이 거추장스러워서 우산을 가지고 출근하기 싫어도 밖에서 비가 내리고 있으면 우산을 가지고 갈까요? 안 가지고 갈까요? 대부분 우산을 가지고 나가겠죠. 이것이 행동유도성입니다. 미국 심리학자이자 스탠퍼드대학교 심리학부 명예교수였던 앨버트 반두라(Albert Bandura, 1925. 12. 4. - 2021. 7. 26.)는 `상호결정론`을 통해 사람은 환경과 행동의 지속적 상호작용을 통해 성장하고 발달한다고 설명했습니다. 사람의 인지적인 능력, 신체적인 능력, 신념과 태도 등은 그 사람이 어떤 물리적/사회적 환경 속에 있느냐, 어떤 행동을 하느냐에 영향을 받습니다. 중요한 건 사람이 단순히 수동적으로 환경과 행동의 영향을 받기만 하는 것이 아니라 나에게 맞는 환경을 능동적으로 창조하고 변화시키고, 바람직한 행동을 직접 하면서 성장할 수 있다는 겁니다. 여러분은 이제 제가 무슨 이야기를 하고 싶은 건지 눈치채셨을 겁니다. 맞습니다. 만약 여러분이 어떤 목표를 이루고 싶다면, 그 목표를 성취할 행동을 자연스럽게 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라는 겁니다.문제를 한 가지 내겠습니다. 밑 빠진 독이 있는데 이 독에 물을 가득 채우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요? 크게 3가지 방법이 있습니다.1. 밑으로 물이 빠지는 속도보다 더 빠르게 물을 채운다.2. 깨진 부분을 수리한 뒤에 물을 채운다.3. 독이 잠길 만큼 물이 있는 연못에 독을 넣는다. 3가지 모두 물을 채우는 방법이 맞지만 저는 연못에 독을 넣는 것이 가장 효율적이라고 생각합니다. 왜냐하면 독에 물을 계속 채워 넣을 필요도 없고, 수리할 필요도 없고, 설사 수리를 했더라도 시간이 지나면 또 깨질 수도 있으니까요. 연못이라는 환경에 독이 들어가면 그냥 자연스럽게 물이 채워집니다.제가 무려 12년 넘게 지속하고 있는 한 가지 습관이 있습니다. 바로, 건강을 위해 비타민C를 먹는 겁니다. 어떻게 제가 이렇게 비타민C를 하루도 빠짐없이 먹을 수 있을까 생각을 해보니 행동유도성, 즉 제가 비타민C를 먹을 수 있는 환경을 만든 겁니다. 저는 비타민C를 제가 있는 곳곳에 뒀습니다. 집은 물론이고 사무실 책상 서랍, 들고 다니는 가방에, 심지어 외투나 바지 주머니 안에도 비타민C가 있습니다. 그러다 보니 언제 어디서든 자연스럽게 비타민C를 먹을 수 있습니다. 혹시 여러분이 나의 성장에 도움 되는 어떤 행동을 지속적으로 하고 싶다면, 나아가 습관으로 만들고 싶다면 내가 그 행동을 마땅히 할 수밖에 없는 특정 환경(상황)을 직접 만드세요.독서하는 습관을 만들고 싶다면 내가 생활하는 이곳저곳에 책을 두세요. 조금이라도 운동을 하고 싶다면 집 현관에 또는 집 문 앞에 자전거를 두세요. 그럼, 밖으로 나갈 때 자전거를 가지고 나가서 탈 확률이 높겠죠. 건강을 위해 하루에 물을 2L 정도 마시고 싶다면 휴대폰 알람이 주기적으로 울리도록 설정해 보세요. 알람이 울리면 물을 마시는 거죠. 다이어트를 하고 싶다면 밥그릇 크기를 줄여 보세요. 어린이용 식판을 사용하는 것도 좋겠네요. 내가 어떤 공부를 하거나, 특정 영역에서 일을 더 잘하고 싶다면 나와 비슷한 동기가 있는 사람들 또는 나보다 경험치가 높은 선배들을 만날 수 있는 스터디나 모임에 참석하세요.내가 어떤 일을 이루기 위해 단단하게 마음을 먹고 무엇인가를 하는 건 결코 쉽지 않습니다. 의지력은 닳기 때문이죠. 에너지이기 때문에 배터리처럼 소모가 됩니다. 그렇기 때문에 여러분이 환경을 적절하게 구축해 보세요. 예전에는 무엇인가를 하기 위해 10 만큼의 의지력을 썼다면 여러분이 적절한 환경을 만든다면 2나 3 정도의 의지력만 써도 충분할 겁니다. 그러면 더 오래 할 수 있고, 쉽게 습관으로 만들 수 있겠죠. 저는 과연 올해 장마철에도 우산을 사지 않을 수 있을까요? 100% 장담할 수는 없지만 와이프보다는 우산을 덜 살 겁니다. 왜냐하면 다음날 비 소식을 제가 확인하면 우산을 제 신발 옆에 둘 거니까요.◎ 생각해 보기1. 마트에서 손님들이 계산을 기다리면서 자신의 가방이나 짐 등을 아이스크림 냉동고 진열대 위에 올려놓습니다. 만약 진열대가 깨져서 파편이 튀면 위험할 수 있겠죠. 어떻게 하면 자연스럽게 손님들이 진열대 위에 가방이나 짐을 올려놓지 않게 할 수 있을까요? (힌트: 진열대에 가방이나 짐을 놓으면 스르륵 내려가서 바닥으로 떨어진다면?)
2. 내가 성장하기 위해 만들고 싶은 습관이 있나요? (이루고 싶은 어떤 목표가 있나요?)
3. 습관을 만들기 위해 적절한 환경을 어떻게 만드실 건가요? (목표를 성취할 행동을 자연스럽게 할 수 있는 환경을 어떻게 만드실 건가요?)
글쓴이|이동석현 두들러 교육매니저(교육콘텐츠 기획자)전 에이드컨설팅 교육사업팀 과장 - 건국대 교육학 석사교육부 후원, 제18회 대한민국 교육박람회 강연 (2021, 서울 코엑스)강의 분야 : 자기경영, 소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