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러분을 슈퍼 주인이라고 가정하겠습니다. 가만히 있어도 땀이 나는 엄청나게 더운 여름에 한 아이가 슈퍼에 헐레벌떡 뛰어와서 이렇게 말합니다. “아저씨(아줌마) 시원한 콜라 주세요!” 마침 슈퍼에는 콜라가 다 떨어져서 없습니다. 여러분은 아이에게 뭐라고 말할 건가요? 여러분마다 대답이 다 다르겠지만 이 글을 끝까지 읽어보시면 이 상황에 가장 적절한 대답이 무엇인지 아실 수 있습니다.제 가장 친한 친구인 동현이 집에 옛날에 놀러 갔을 때 일입니다. 늦은 밤에 동현이가 저에게 배 안 고프냐고 물어보더라고요. 그래서 저는 친절하게 얼굴에 미소까지 지으면서 “응, 배 안 고파.”라고 말했습니다. 그러자 갑자기 이 자식이 제 뒤통수를 빡 때리면서 “짜증 나게 하지 말고 좋은 말할 때 닭발이나 시켜!”라고 말하더라고요. 동현이가 표면적으로는 저에게 ‘배가 고픈지 안 고픈지’를 물어본 거지만 실제로 제게 물어본 이유는 자기가 배가 고프니 ‘같이 야식을 시켜 먹자.’라는 거였죠.베스트셀러 <협상의 신>을 쓰신 휴먼솔루션그룹의 최철규 대표님은 다른 사람들의 마음을 얻고, 그들과 좋은 관계를 맺고 싶다면 그들의 ‘요구’가 아니라 ‘욕구’에 집중하라고 강조하셨습니다. ‘빙산의 일각’이라는 말, 다들 들어보셨죠? 바다에 둥둥 떠있는 빙산이 표면적으로 우리 눈에는 별로 안 커 보이지만 바다 아래에는 엄청나게 큰 빙산이 숨겨져 있죠. ‘요구’는 상대방이 표현하는 표면적인 자신의 요구 사항이고, ‘욕구’는 상대방이 만족을 얻고 싶은 어떤 무엇인가입니다. 우리는 바다 아래에 숨겨져 있는 엄청나게 큰 빙산인 상대방의 욕구에 집중해야 합니다.어버이날 제가 와이프 할머니께 봉투에 용돈을 넣어 드리니까 할머니께서 “아이고, 너희도 힘들게 사는데 용돈은 뭔 용돈이냐? 그냥 너희 써!”라고 하시더라고요. 재미있었던 건 말씀은 그렇게 하시면서 봉투를 주머니에 슬그머니 넣으시더라고요. 할머니의 요구와 욕구는 같나요? 아니죠. 확실히 다르죠.혹시, 프랑스 파리에 있는 국립 박물관인 ‘루브르 박물관’을 아시나요? 지금은 박물관이지만 옛날에 루브르 박물관은 왕이 머무르던 왕궁이었습니다. 18세기에 프랑스 혁명이 일어났습니다. 아시다시피 시민군이 가장 먼저 쳐들어간 곳은 바스티유 감옥이었습니다. 그다음에는 어디로 갔을까요? 바로 왕궁이었습니다. 시민군은 왕궁에 들어서자 굉장히 격분했습니다. 왕족들이 사치스럽게 살아온 흔적이 왕궁에 얼마나 많았겠습니까? 자신들은 굶주리며 아주 힘들게 살았는데 말이죠. 그래서 시민군은 왕궁을 닥치는 대로 파괴했습니다. 왕정의 잔재를 꼴 보기 싫었던 것입니다. 그런데 시민군이 왕궁을 습격하자 프랑스의 관리들, 쉽게 말해서 나라 일을 하던 사람들은 왕궁을 지키려고 애를 썼습니다. 왜 그랬을까요? 비록 왕족들이 독점적으로 살아왔던 왕궁이지만 이것은 한 번 파괴하면 되돌릴 수 없는 중요한 역사적 유물이기도 했기 때문에 관리들은 왕궁이 보존되기를 원했습니다.시민군과 관리들의 표면적 요구만 이분법적으로 생각하면 그들의 갈등을 전혀 해결할 수 없습니다. 시민군은 왕궁을 파괴하고 싶고, 관리들은 왕궁을 보존하고 싶으니까요. 그러므로 욕구가 중요한 겁니다. 서로의 욕구는 어떤가요? 시민군이 왕궁을 파괴하려고 하는 이유는 솔직히 왕족들에 대한 반감이었고, 왕족들이 독점적으로 누려왔던 전유물이 그냥 보기 싫었던 겁니다. 관리들은 왕궁은 파괴되면 다시 되돌릴 수 없는 중요한 역사적 유산이자 유물이니까 보존해서 후대에게 전해주고 싶은 거죠. 그렇다면 루브르 왕궁이 앞으로는 모든 시민들이 공유할 수 있는 공간이 된다면 어떨까요? 괜찮지 않을까요? 요구가 아니라 욕구에 집중하니까 시민군과 관리들의 교집합이 생깁니다. 그 결과, 루브르 왕궁은 루브르 박물관이 됩니다. 지금은 프랑스 시민뿐만 아니라 다른 나라 관광객들이 루브르 박물관에서 세계 각국의 예술 작품들을 관람할 수 있죠.상대방과의 관계에서 큰 갈등을 줄이고, 오히려 조금이라도 더 좋은 관계를 만들기 위해서는 어떻게 하면 좋을까요? 다양한 방법이 있겠지만 저는 여러분이 나와 상대방의 다름을 인정하면서 상대의 요구가 아니라 욕구에 집중하라고 말씀드리고 싶습니다.제가 글 처음에 언급했던 이야기 기억나시나요? 지금까지 이 글을 집중해서 읽으셨다면 여러분이 적절한 대답을 하실 수 있을 거라고 믿습니다. 여름이라서 그런지 슈퍼에 콜라가 다 떨어졌습니다. 한 아이가 뛰어와서 슈퍼 주인인 여러분에게 물어봅니다. “아저씨(아줌마) 시원한 콜라 주세요!” 아이의 요구는 시원한 콜라이지만 욕구는 더워서 갈증이 나니까 시원한 음료를 마시고 싶은 겁니다. 여러분은 어떻게 대답하실 건가요? 저라면 이렇게 말하겠습니다. “아이고... 지금 콜라가 다 떨어졌는데 시원한 사이다나 주스도 있고, 얼음 물도 있어. 뭐 줄까?”◎ 생각해 보기1. 상대방과의 갈등으로 힘들었던 경험이 있나요? (가족, 친구, 동료, 지인 중에서)2. 어떤 갈등이었나요? 이때 나와 상대방의 요구는 무엇이었고, 욕구는 과연 무엇이었을까요?3. 내가 상대방의 요구가 아닌 욕구에 집중했다면 일이 어떻게 되었을까요? 갈등을 줄이고, 조금이라도 좋은 관계를 만들 수 있었을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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