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7년 겨울, 군대 훈련병일 때 화생방 훈련을 했습니다. 조교가 모두 방독면을 꺼내서 얼굴에 쓰고, 정화통에 손바닥을 밀착시켜서 숨을 쉬어보라고 했습니다. 방독면이 정상이면 숨이 안 쉬어집니다. 그런데 제 방독면은 숨이 조금 쉬어졌습니다. ‘뭐 이 정도면 괜찮겠지?’라는 안일한 생각을 하고 화생방 훈련장(가스실)으로 들어갔습니다. 들어가서 방독면이 새니까 가스를 조금 들이마셨는데 진짜 죽을 뻔했습니다. 1분은커녕 20초도 못 버티고 밖으로 뛰쳐나갔습니다. 눈물, 콧물 범벅에 기침하고, 얼굴은 화상 입은 것처럼 화끈했습니다. 정신이 하나도 없었습니다.​​시간이 흘러 자대에 배치받고 2008년 여름에 유격 훈련을 했습니다. 유격 훈련에는 화생방 훈련도 있습니다. 저는 미리 방독면을 확인했습니다. 정화통에 손바닥 밀착시켜서 숨이 정말 안 쉬어지는지 제대로 확인했습니다. 그리고 숨을 잠시 참고, 정화통을 돌려서 풀었다가, 잠시 기다렸다가, 다시 정화통을 방독면에 끼우는 연습도 했습니다. 화생방 훈련하면 정화통 빼는 걸 시키기 때문에 미리 연습을 한 겁니다. 훈련병일 때 한 실수 덕분에 저는 화생방 훈련을 무사히 잘 끝냈습니다. 눈물, 콧물은 약간 나왔고, 기침도 다행히 조금만 했습니다.​사람은 실수를 통해서 배웁니다. 실수를 하면 다음에는 똑같은 실수를 반복하지 않기 위해 더 주의를 기울이게 됩니다. 이것을 아주대학교 인지심리학자 김경일 교수님은 ‘주의의 포획(attentional capture) 효과’라고 설명하셨습니다. 사람들은 자신이 한 실수가 바로 잡힐 때 오랫동안 기억에 남고, 나중에 비슷한 일을 할 때 훨씬 더 주의를 기울이게 됩니다.만약 여러분이 무엇인가를 이루고 싶다면, 과거의 나보다 더 발전하고 싶다면, 특정 영역에서 나보다 뛰어난 사람들이 부럽고 나도 그렇게 되고 싶다면 어떻게 해야 할까요? 일단 무엇인가를 해야 합니다. 여러분이 실수하는 것 자체가 두렵고, 큰 스트레스라서 아무것도 하지 않는다면 결코 더 나아질 수가 없습니다. 무엇인가를 하는 과정 속에서 실수를 하고, 그 실수로 무엇인가를 배우는 시행착오를 겪고, 같은 실수를 반복하지 않기 위해 노력한다면 여러분은 분명히 더 나아질 겁니다.​그리고 실수는 우리가 전혀 예상하지 못한 뜻밖의 행운이나 성공의 계기가 되기도 하는 것 같습니다. ‘포스트잇’ 아시죠? 모두 한 번쯤은 사용해 보셨을 겁니다. 1968년, 미국의 화학자 ‘스펜서 실버’는 초강력 접착제를 만들기 위해 연구를 했습니다. 그러다가 실수로 물체의 표면에 쉽게 붙고 쉽게 떨어지고, 표면에 잔여물도 남기지 않고 다른 곳에 다시 붙일 수 있는 접착제를 개발하게 됩니다. 발명 당시만 해도 실수로 여겨진 이 접착제 덕분에 ‘포스트잇’은 세상에 나올 수 있게 되었고 포스트잇은 아직까지도 기업 ‘3M’에서 가장 많이 팔리는 제품 중 하나입니다.​다른 예로 자동차의 타이어, 벨트, 호스, 신발 등에 사용되는 소재인 ‘합성고무’도 실수로 만들어진 발명품입니다. 미국의 발명가 ‘찰스 굿이어’가 뜨거우면 쉽게 녹아버리고, 냄새도 지독한 천연고무의 단점을 개발하기 위해 연구를 하고 있었습니다. 1839년 어느 날, 고무에 황을 섞으면서 실험을 하다가 실수로 뜨거운 난로 위에 고무 덩어리를 떨어뜨렸습니다. 놀란 찰스 굿이어가 고무 덩어리를 확인했는데 고무 덩어리는 약간 그슬렸을 뿐 녹지 않았습니다. 게다가 그 고무 덩어리는 탄성도 획기적으로 좋아졌고, 내구성도 늘어났습니다. 위대한 발명품인 합성고무는 찰스 굿이어의 실수로 탄생했습니다.​전래동화 금도끼 은도끼의 교훈은 모두 아시다시피 정직입니다. 나무꾼이 산신령에게 정직하게 말했기 때문에 금도끼와 은도끼를 얻게 되죠. 저는 한편으로 이런 생각이 들었습니다. 만약 나무꾼이 산에서 도끼로 나무를 찍다가 도끼를 연못에 빠뜨리는 실수를 하지 않았다면 과연 산신령을 만나 금도끼와 은도끼를 얻었을까? ‘실수를 했기 때문에 뜻밖의 행운이 생긴 건 아닐까?‘라는 생각을 했습니다.​저는 ‘실수’라는 단어가 머릿속에 떠오를 때마다 참 더웠던 화생방 훈련이 기억납니다. 여러분은 ‘실수’하면 어떤 기억이 떠오르시나요? 무슨 실수인지 저는 알 수가 없지만 여러분이 그 실수 덕분에 무엇인가를 배워, 성장하셨기를 바랍니다. 또 앞으로 우리가 하게 될 실수가 우리 인생에 어떤 행운이나 성공의 계기가 되었으면 좋겠습니다.◎ 생각해 보기1. 내가 더 발전하고 성장하는 데 도움이 된 실수가 있었나요? 있었다면 어떤 실수였나요?​2. 내가 한 실수가 나에게 뜻밖의 행운이 되었거나, 성공의 계기가 된 적이 있었나요?​3. 앞으로 내가 실수를 하게 된다면 어떤 마음을 가질 건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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